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는 긴 장외투쟁에서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을까. 두 달여간의 장외 정치에 대해 한나라당은 어떤 득실 계산을 하고 있을까.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3일 "한나라당의 주장이 국민의 소리임을 확인한 것 보다 큰 성과가 있느냐"고 말했고 기획위의 한 관계자는 "정치에서 완승이 불가능한 만큼 이긴 경기"라고 자평했다.
네번의 대규모 장외 집회로 한나라당은 '여당 같은 야당'이라는 일부의 비아냥을 떨쳐 낼 만큼 만만찮은 힘을 보여 줬다. PK, TK 지역이 든든한 지지 기반임을 재확인했고, 동시에 당내 결속을 다질 수 있었다. 이는 향후 여권의 대야 전략에도 영향을 줄 게 틀림없다. 권 대변인은 "총재의 일관성이 당원에게 믿음을 줬고, 역대 야당 중 가장 단합된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대통령으로 하여금 내치에 눈을 돌리게 만든 것도 한나라당은 성과로 꼽는다. 야당의 할 일을 했다는 의미이다. 현 정권의 실정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짐으로써 박지원(朴智元) 장관의 사퇴, 대통령의 경제 난국 시인 등을 이끌어 냈다는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그러나 얻은 것 만큼이나 잃은 것도 많다. 유리한 국면에서 시작된 싸움이 막상 끝날 무렵에는 불리한 형국이 돼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요구 사항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얻지 못하고 등원쪽으로 방향을 튼 것 아니냐"는 전략적 차원의 비판이 나올 만도 하다. 벼랑 끝 상황까지 대비하는 치밀한 전략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영수회담을 두번이나 제의한 것은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는 모습으로 비춰질수도 있다.
민생 문제를 도외시 했다는 비난에도 자유로울 수 없다. "국회가 제대로 돼야 민생을 챙길 수 있다"는 주장만으로는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었다.
2002년 대선고지를 노리는 이 총재의 대권 행보에는 어떻게 작용했을까.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아직은 먼 얘기"라고 발을 빼지만 여권은 "한나라당의 장외 집회는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 또한 득실이 엇갈린다. DJ와 당당히 맞설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은 그 자체로 큰 소득이다. 반대로 "3김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인식은 부담이다. 새정치, 상생의 정치를 하겠다던 이 총재가 택한 길이 고작 장외 투쟁이냐는 비판이 바로 그것이다. /최성욱기자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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