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를 끌고 이번에는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으로 갔다. 또 무얼 보여줄까, 신이 나서 그들 여섯 명을 따라 다니던5백여 구경꾼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탄성을 터뜨렸다. 계단 난간을 타고 위태위태, 40여㎙일렬을 지어 걸어 가는 배우들. 9월 30일 오후 4시 10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은 움직이는 무대에 움직이는 객석이 장관을 이뤘다..콜롬비아의 실험 극단 떼아트로 띠에라의 첫 내한 무대였다. 힙합 무대까지 겹친 토요일 오후 마로니에 공원은 예정된 혼잡이 일상처럼 벌어지고 있었다. 바로 거기, 선전도 관람료도 없이 시작된 공연 아닌 공연이 틈입했고, 그들을 졸졸 따라다닌 관객은 거대한 물결처럼 굽이쳤다.
'다시 온 선사시대'. 낙태, 공해, 핵 등으로 위기에 처한 지구의 신음을 그린 40분짜리 거리 공연이다(1997년작). 대사를 외치며 연기하는 배우들 둘레로는 '이리 오세요' 등 마토연극제 집행위원회측의 안내 피킷이 분주히 움직였다.
일체 자국어로 이뤄진 공연이었지만, 무작위로 둘러 선 관객들에게 의미가 전달될 수 있었던 것은 배우 전수환씨의 공이다. 공연 내내 따라 다니며 대본을 외치다시피 읽어갔다. 그는 "목청, 뱃심, 복식호흡, 즉흥성이 탁월하다"며 "특히 주위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태도는 연극 배우가 갖는 자부심의 장표"라고 말했다.
연출자 후안 카를로스(40)는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적 폭압 때문에 지금도 많이 죽어 간다"며 "배우들의 거친 몸짓은 바로 그 같은 조국 상황의 은유"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원초적 연극 정신이었다. 대척점에서 온 6명의 광대가 우리에게 준 것은 원시의 감흥이었다. 매체나 매커니즘에 길들여져 가는 한국 연극에게 그것은 충격이라해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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