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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동성애에 관대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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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동성애에 관대해지기

입력
2000.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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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사회에서 음지에 버려져 있던 동성애 문제가 최근 한 연예인의 커밍아웃으로 공론의 장으로 불거져 나왔다.필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상상속에 존재하는 허구의 이미지만 제거할 수 있다면 동성애 문제야말로 우리 사회의 다원주의적 관용성의 정도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원주의적 관용성이란 집단주의적, 전체주의적 가치관의 획일적 강요에서 탈피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익을 중심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회적 차원의 유연함과 포용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동성애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은 크게 세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다.

그 첫째는 동성애를 개인적 차원의 자유와 선택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다. 타인의 자유와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또 공동체의 존립에 심대한 위협을 가하지 않는 한, 개인의 어떠한 자유의지의 행사도 저지되어서는 안된다는 명제하에 동성애를 바라보는 입장이다.

인간 개개인의 자기완결적 가치를 중심으로 바라보면 동성애는 차이의 문제일 뿐, 결코 차별의 문제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 서서 동성애 문제를 생각해 보자.

과연 동성애라는 행위 혹은 현상이 타인의 자유와 권익을 침해하는가. 혹은 공동체의 존립에 심대한 위협이 되는가.

두 번째 시각은 동성애가 인류공동체의 존속에 대한 심대한 위협이기 때문에 제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동성애적 행위의 만연이 인류공동체의 세대간 생물학적 계승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생각이다.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인류의 반씩을 차지하고 있는 남녀 각각의 성 어느 한쪽이라도 그 전부가 동성애를 선호한다면 인류의 생물학적 재생산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이러한 우려를 현실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동성애가 만연한 적은 없었다는 점을 믿어보자. 또 다른 하나는 인류사회가 지금까지 역사적 축적을 통해 구축해 놓은 여러 제도적 장치들, 특히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가족제도를 뿌리째 흔들고 부정한다는 우려이다.

이 우려는 어느 정도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어차피 가족제도는 서서히 변형되어 가고 있다. 동성애는 가족제도를 무너뜨리는 주된 요인이라기보다는, 가족의 형태가 다양화해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혹은 그 과정에 작용하고 있는 하나의 현상일 뿐이다.

제도는 사회 속의 다양한 개인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제도의 일관성이라는 무의미한 가치를 위해 개인의 권익이 복속되어야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본말이 전도된 것이 아니겠는가.

동성애를 바라보는 세 번째 입장은 그저 동성애를 혐오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동성애에 대해 무지한 우리 대부분은 동성애를 막연히 부정적 호기심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동성애는 개인의 성적 지향인 동시에 정서적 지향이다.

지구상의 수많은 사람들 중에 일부는 이성이 아니라 동성을 대상으로 가슴뛰는 사랑에 빠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일까.

동성애 문제는 다원주의적 사회로 가는 길에 놓여진 또 하나의 시금석이다. 정체불명의 공동체의 이해관계를 앞세운 편협한 전체주의와 개인의 권익의 대립구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 예이다.

사회는 개인의 권익을 바탕으로 성립되는 것이다. 동성애가 인류공동체와 그에 속한 다수 개인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명제가 성립하지 않는 한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과 핍박은 다수의 편에 선 이들의 편리하지만 불필요한 자기합리화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김병관 아주대 교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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