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유혈충돌이 격화하면서 중동평화협상이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3일 더 이상의 충돌을 막기 위해 휴전에 전격 합의했지만 중동평화협상에 짙게 드리워진 먹구름이 걷힌 것은 아니다.국제사회는 특히 팔레스타인측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한 소년의 처참한 피격장면은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에 대한 감정의 골을 더욱 깊게 파 이슬람 저항운동 단체인 하마스 등 강경파의 입지를 넓혀줬다.
강경파의 득세는 결국 팔레스타인 독립국 선포를 앞당길 수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중앙위원회(PCC)는 지난달 13일로 예정됐던 독립국 선포계획을 일정을 못박지 않은 채 연기한 바 있는데 내달 15일께 독립선언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팔레스타인이 일방적으로 독립국선포를 할 때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팔레스타인의 일방적인 독립선포에 대해 정면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천명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일방적인 독립선언이 이스라엘내 강경파에 힘을 실어줘 평화협상을 주도했던 에후드 바라크 총리가 낙마하고 국지전 규모의 군사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극한 대치상황으로 치닫기 보다는 중동평화협상을 더 이상 진전시키지 않는 가운데 현재의 상태를 유지할 공산이 더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바라크 총리가 무조건 평화협상복귀를 선언하기에는 명분이 없는 상태고 현 상황을 방치했을 경우 강경파에 정국 주도권을 넘겨주게 되는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경파가 일시적으로 득세하더라도 유혈분쟁의 반복이라는 과거 패턴을 되풀이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96년9월 70명의 희생자를 낸 유혈충돌 이후 1999년5월 에후드 바라크 총리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양측은 유혈충돌과 테러 및 보복으로 피를 흘려왔다.
1996년 유혈분쟁 역시 리쿠드당의 벤야민 네탄야후 전 총리가 이번 분쟁 발발지역인 동예루살렘의 이슬람 성지 부근에 고대 터널개통을 강행했기 때문에 발생했었다.
향후 중동정세는 일단 4일 프랑스 파리에서 예정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과 양측 지도자의 회동 결과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3자 회동에서 이번 폭력사태의 원인을 조사키 위한 특별조사단구성 등 명분을 살릴 수 있는 타협안이 나올 경우 중동평화협상과정이 현상유지를 할 가능성을 갖는다.
또 중동평화협상의 최대 장애물이었던 예루살렘 지위문제에 대한 모종의 절충안이 나와 극적인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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