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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론 청와대 '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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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론 청와대 '경청'

입력
2000.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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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청와대 월례조회에서 아주 이례적인 장면이 있었다. 한광옥(韓光玉) 비서실장이 훈시를 하다가 “최근 경제에 대해 걱정이 많은 데 이기호(李起浩) 경제수석이 실상을 설명하라”며 마이크를 넘겼다.월례조회에서 수석이 직원들에게 현안을 설명하는 경우는 전례없는 일로 그만큼 청와대가 경제현실에 심각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 수석은 ‘경제가 어렵지만 비관할 상황은 아니며 극복할 자신이 있다’는 요지의 설명을 했다. 이 수석은 “고유가, 세계경제의 침체 등 외부 악재들이 있고 내부적으로도 집단 이기주의와 개혁피로감 등 2차 구조조정에 장애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 수석은 그러나 9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 재정의 건실성, 한국 경제에 대한 무디스와 S&P등 국제 신용평가기관의 긍정적 평가를 예로 들며 “그동안 대란설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모두 설로 끝났듯이 기업·금융개혁을 철저히 해내면 내년부터는 안정기조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 수석은 ‘Mr. 낙관’이라는 세평을 의식해서인지 “위기설을 경청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내에도 이 수석의 시각과 다른 견해가 적지않다. 민심을 청취하는 민정수석실, 정무수석실, 정책기획수석실의 관계자들은 “경제관료들이 너무 통계에 매몰돼있다”면서 “현장의 소리는 다르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무엇이든 가감없이 전하라’는 한 실장의 지시에 따라 중소기업의 자금난, 주가하락, 장바구니 물가의 급등, 영세상인들의 볼멘 항변 등 비판적인 보고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올리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수석실은 물론 재경부 관료들은 “경제가 안 풀린다고 정책담당자들이 자신감을 잃으면 경제는 정말 추락한다”면서 “민성(民聲)도 중요하지만 냉정한 분석은 통계에 근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수석실은 또 “경제가 어려워지면 돈을 풀어 대처하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철저한 개혁과 구조조정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런 논쟁 속에 김 대통령은 낙관론에서 위기론 쪽으로 조금씩 걸음을 옮기고 있다.

김 대통령은 얼마전 포드의 대우자동차 인수 파기에 대해 “농락당하고도 항변할 자료도 못갖고 있다”고 지적한 데 이어 이날 미국 네이버스사의 한보철강 인수재검토를 보고받고 경제관료들의 협상력에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특정 사안에 대한 비판이지, 김 대통령의 경제인식이 바뀌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김 대통령이 민심 청취 차원에서 가질 전직 경제부총리와의 오찬에서 어떤 인식을 보일 지 주목된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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