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률을 좌우하는 연령층이 30대 여성에서 10대 여학생으로 변했다. 최근 오락 프로그램에서처럼 10대가 드라마의 시청률의 높낮이를 결정하는 시청자층으로 떠올랐다. 드라마의 채널 선택권마저 부모에서 자녀에게 넘어가고 있다는 증거이다.내용과 형식을 확연하게 달리하며 차별화한 연령대를 겨냥하며 9월 18일 월화드라마로 동시에 시작한 MBC '아줌마' , KBS 2 '가을 동화' 와 9월 26일 끝난 SBS 월화드라마 '도둑의 딸' 에서도 나타났다. 시댁과 남편의 무시로 파출부 역할로 전락한 한 주부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코믹스럽지만 사실적으로 그린 '아줌마' 는 당초 30대를 포함한 중장년층 아줌마들이 많이 볼 것으로 예상했다.
막상 방송을 시작하자 그 예상은 빗나갔다. 30대 연령층에서만 주로 볼 뿐 정작 시청할 것이라 전망했던 40~ 50대 여성들이 '가을동화' 쪽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반면 신생아실에서 아기가 바뀌어 남매로 살다, 뒤늦게 밝혀져 헤어진 뒤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나 비극적인 사랑을 나누는 '가을동화' 는 트렌디 드라마답게 10대의 열띤 호응을 받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 TNS 미디어 코리아 발표에 따르면 1회 (9월 18일 방송분)는 '아줌마' 의 경우 여자 시청자 10대 4% , 30대 24.3%, 40대 13,5 % 였고, '가을동화' 는 10대 11.3%, 30대 8.5%, 40대 13%로 '아줌마' 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드라마가 전개되면서 40~ 50대가 '가을동화' 쪽으로 기울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4회 (9월 26일 방송분)는 '아줌마'는 10대 13.1%, 여자 30대 18. 9%, 40대 10.7%인 반면 '가을동화' 는 10대 17.6%, 30대 17.4%, 40대는 18%였다.
9월 26일 방송분의 전체 가구시청률에서 '가을동화' 는 23.3%로 19%에 그친 '아줌마' 를 눌렀다. '도둑의 딸' 은 10대와 30대 모두에게 외면을 받아 시청률이 7%대에 머물렀다.
KBS가 월화 드라마에서 두 방송사를 누른 것은 98년 3월 '순수' 이후 2년6개월만에 처음이다. 이러한 현상은 드라마 내·외적인 원인이 있다. 우선 10대 자녀들이 '가을동화' 를 보면서 이들 부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40대층에서도 역시 '가을동화' 를 볼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경화(42)씨는 " '아줌마' 를 보고 싶었는데 중학생인 딸아이가 '가을동화' 를 고집해 함께 보게 된다. 재미도 있다" 고 말했다.
드라마의 극적 재미와 영상 스타일도 '가을동화' 가 '아줌마' 를 누르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을동화' 는 비극적인 운명속에서 피어나는 애잔한 사랑을 그림 같은 영상으로 군더더기없이 담아내고 있다.
반면 '아줌마' 는 삶의 진정성을 담는데는 성공하고 있지만 극적 재미가 적은데다 전개도 지지부진하다.
SBS는 9일부터 두 드라마에 양분된 20대를 겨냥한 '분노의 천사' 를 방송한다. 20대 젊은이들이 벤처기업을 무대로 펼치는 배신과 사랑을 그린 '분노의 천사' 가 과연 확연하게 연령층별로 시청 패턴이 정해진 월화 드라마 경쟁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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