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가 인정하는 최고의 명문고인 경기고(교장 민흥기ㆍ閔興基)가 3일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갑신정변의 주역 김옥균(金玉均)의 집터인 서울 종로구 화동에서 문을 연 경기고는 지난 한세기동안 4만3,0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 정·재·관·학계 등 각 분야에 걸쳐 명실상부한 한국의 대표적인 파워엘리트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최초의 관립학교
1900년 10월3일 경기고는 최초의 '관립' 인문 중등교육기관으로 출범했다.개교때 명칭은 그냥 '중학교'. 이후 한성고(1906년) 경성고등보통학교(1910년) 경성제1고등보통학교(1921년) 경기중학교(1938년) 화동중 장안고(1952년) 경기중고등학교(1952년)에 이어, 1971년 지금의 경기고로 바뀌었으며, 이처럼 다양한 명칭과 학제의 변화에서 보듯 경기고는 우리나라 중등교육의 역사를 의미한다.
경기고가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54년 고교입시제도가 실시되면서부터. 전국의 수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고 당시 경기고에 들어온 학생은 서울대 등 예비 명문대생로 비춰졌다. 특히 1970년 졸업생들은 82%가 서울대에 진학, '남들따라 묻어 들어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화려한 동문들
경기고의 자랑은 무엇보다 인맥. 각계의 폭넓은 인재풀로 인해 '경기 마피아'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최규하(崔圭夏)전대통령을 비롯 초대 국무총리인 이범석(李範奭)씨, 진의종(陳懿鍾)ㆍ이홍구(李洪九)ㆍ고 건(高 建) 전국무총리 등이 경기 출신이며 이밖에 장ㆍ차관급 관료들은 미처 다 꼽기도 힘들다. 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김근태(金槿泰) 최고의원 등 현역 국회의원만 25명에 이른다. 재계에는 김우중(金宇中) 전 대우그룹회장을 비롯, 조석래(趙錫來) 효성그룹회장, 박용훈(朴容勛) 두산그룹 부회장이 이곳 출신이다.
법조계에는 최근 권 성(權 誠), 김영일(金榮一)씨가 나란히 헌법재판관에 임명됐고 송재헌(宋哉憲) 서울행정법원장, 신명균(申明均) 창원지방법원장 등이 있으며, 변호사는 너무 많아 파악조차 힘들다. 또 서울대 교수의 30%와 의사 2,000여명이 경기고 출신이다.
경기고의 오늘
2일 강남구 삼성동 교정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민흥기 교장은 "경기고는 경기인뿐만이 아닌 전국민의 학교"라며 "선배들이 가꾼 빛나는 전통을 계승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1학년 이모(16)군은 "지나치게 전통을 강조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학연은 구시대 유물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2학년 김모(17)군도 "명문대 진학률 등을 보더라도 더 이상 최고는 아니다"고 말하는 등 재학생 대부분의 반응은 더 이상 예전의 '경기'가 아니다. 기념식장에서 만난 40대의 한 동문은 "최초의 공립학교였듯이 이제는 경기인이 먼저 학연 타파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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