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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로 교수 기획초대전 / 그림으로 펼쳐놓은 "겸재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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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로 교수 기획초대전 / 그림으로 펼쳐놓은 "겸재 예찬"

입력
2000.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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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1676-1759)은 중국식의 산수화에 매료돼 있던 우리 화단에 진경(眞景)산수라는 민족회화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큰 작가다.그의 정신세계를 예찬하는 윤명로 서울대 교수의 기획초대전이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22일까지 열리고 있다.

"겸재는 중국의 관념산수화풍이 유행하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은 채 우리땅의 성질을 파악해 조선만의 주체적이면서도 독창적인 회화세계를 보여주었던 화가이지요. 외래문화가 마구 밀려오는 요즈음, 오늘의 감각으로 그의 정신을 예찬하며 우리의 정체성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100호에서 1,000호에 이르는 대작 30여점과 평면작품 '겸재예찬' 시리즈 60여점을 전시한다.

그는 한국화단에서의 앵포르멜의 선구이자 60년과 62년에 각각 창립된 현대미술가협회와 '악튀엘' 에 참가했던 한국 전후 추상미술의 핵심적인 인물이다.

"두 가지 타입의 작가가 있습니다. 평생 일관된 자기양식을 밀고 나가는 작가와 끊임없이 변화를 흡수하며 실험적 작업에 대한 평가를 마다않는 작가입니다. 저는 후자라고 할수 있지요. "

늘 새로운 창조를 위한 몸부림에서 겸재와 맥을 같이 하는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재료' 를 통해 변화를 추구했다.

"철분을 사용했습니다. 맑고 투명한 회화를 추구했죠." 약 2년전부터 철분을 사용해, 안료의 두께보다는 간결한 선적 구성에 치중하고 있다.

면포 위에 그가 사용하는 재료는 아크릴릭과 젯소, 철분, 접착제 등이다. 그는 "철분은 산에 약하고 습기나 온도에도 민감합니다.

마치 살아있는 생선같아 그림에 긴장감을 준다"면서 "기름기가 제거된 수성물감인 아크릴릭은 동양화에 무척 가깝다"고 말했다.

계획되지 않는 선, 무엇을 그린 것인지 상상하기조차 힘든 선이지만 철분의 변색이 주는 변화는 수묵산수화처럼 맑고 담백하다.

"그림은 '무엇'을 그리는 것보다 '어떻게' 그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그는 "나의 그림은 무작위한 것이다(I Paint at Random)"라고 자신의 작업을 설명한다.

'회화 M-10'을 시작으로 '균열' , '얼레짓', '익명의 땅' 등 10년 단위로 시리즈물을 제작해 온 그는 '겸재예찬' 시리즈를 자신의 마지막 대표작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겸재가 금강산 인왕산 등에서 진경화법을 창조했다면 그의 산천초목은 옛 것 속에서 발견해낸 오늘의 정신적 공간이다.

김병종 서울대 교수는 "그의 그림에서는 땅이 꿈틀거리고 산이 움직이는 기미를 느끼게 한다"고 말한다.

(02)3216-1020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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