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유혈충돌이 파국으로 치닫을 것인가.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양측의 충돌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지만 해결을 위한 아무런 접점도 찾지 못한 채 중동 평화협상마저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강경대응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시위진압을 위해 헬기와 대전차로켓포 등 중화기까지 동원하기 시작했고 팔레스타인측도 자체 경찰과 시위대를 무장시키는 등 자칫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일전불사를 주장하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황이다. 팔레스타인 강경파에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1일 사우디 아라비아 아카즈지와의 인터뷰에서 “전쟁도 하나의 선택사항”이라고 경고했다.
하마스 등 이슬람 무장단체들의 반응은 더욱 격렬해 즉시 아랍권은 대동단결해 ‘인티파다(봉기)’와 ‘지하드(聖戰)’에 임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스라엘도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리쿠르당 아리엘 샤론 총재는 유혈사태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질 수 없다며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 압박과 미국에게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이번 사태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비드 지소 총리실 대변인은 “팔레스타인인들이 현재와 같은 행동을 하는 한 총격을 포함한 모든 대응을 취하겠다”고 맞섰다.
국제사회 대응
지난달 30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휴전협상이 결렬된 후 공은 국제사회로 넘어갔다. 팔레스타인은 현재 유혈충돌의 진원지인 알 -아크사 사원의 총격사건을 유엔안보리가 정식 조사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또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1일 아라파트 수반에게 전화를 통해 중동평화협상 수호를 강조한데 이어 백악관 P.J 크롤닌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미국의 중재하에 양측이 대책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근 중동 국가들을 비롯한 22개 아랍국가연맹의 대사들은 1일 긴급회의를 통해 유혈사태의 원인이 전적으로 이스라엘에게 있다며 팔레스타인 지지의사를 분명히 했다. EU를 비롯한 유럽국가들의 상당수도 이스라엘의 책임을 추궁하는 분위기다.
사태의 배경과 전망
중동전문가들은 대부분 이번 충돌사태가 양측 강경파의 계산된 행동에서 비롯됐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강경파인 샤론 총재가 재협상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의도된 템플 마운트 방문이라는 ‘돌출행동’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했고 팔레스타인 내 강경파 역시 온건파 축출의 호기로 삼으려 해 사태가 꼬여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태해결을 위해선 양측 지도자들이 무엇보다 국내 강경파들과의 협상을 통해 집안단속부터 이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에후드 바라크 총리는 당장 재개될 국회에서 불신임안의 위협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고 아라파트 수반 역시 국내 강경파들에 의한 퇴진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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