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시드니올림픽에서도 승자와 패자의 명암은 확연했다. 승패와 관계없이 패하고도 이긴 선수, 이기고도 진 선수도 있었다. 승리감에 도취했다 한 순간 실수로 물거품이 돼 '천국과 지옥을 오간' 선수들도 있었다.캐시 프리먼(호주)은 이번 대회 최고의 여주인공이었다. 호주 원주민(아보리진) 출신으로 인권운동가인 그는 성화 점화자로 전세계에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했다. 여자 육상 400m에서 금메달까지 따내자 호주는 '캐시먼 열풍'에 휩싸였다.
세계기록을 15번이나 경신한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는 남자 1만m에서 라이벌 케냐의 폴 터것에 막판 대역전극을 펼치고 2연패에 성공, 진정한 올림픽 영웅으로 평가받았다. 영국 조정선수 스티븐 레드그레이브는 5회 연속 금메달을 따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매리언 존스(미국)는 비록 목표였던 5관왕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금메달 3개와 은1, 동1개로 여자 육상 선수 중 가장 빛나는 위업을 이뤄냈다. 또 카누사상 최다인 7번째 금메달을 딴 독일의 비르기트 피셔는 인간승리의 주인공으로 각광 받았다.
적도기니의 무삼바니는 꼴찌를 하고도 승자의 반열에 올랐다. 수영 남자 자유형100m 예선에서 1위보다 1분이나 뒤진 기록으로 골인했지만 그의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은 세계인의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종목 중에서는 처음 올림픽에 데뷔한 트라이애슬론이 예상외의 성공작으로 평가받았다. 1,500m 수영과 40km 사이클, 10km 달리기로 승부를 가리는 트라이애슬론은 인간 도전정신의 표본 종목으로 각광받았다. 반면 역도는 또다시 약물복용의 오점을 뒤집어쓰며 올림픽에서 퇴출될 위기에까지 내몰렸다.
아토 볼든(트리니다드토바고)은 미국의 모리스 그린과 마이클 존슨이 모두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해 금메달은 '떼논 당상'이었다. 하지만 3위로 골인해 이번 대회 대표적인 실패자로 기록됐다.
8강에서 고배를 마신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 축구도 제 기량을 발휘못한 팀으로 기록됐다. 칠레의 마르셀로 리오스(테니스)는 조직위원회가 자신의 가족에게 개막식 입장권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수를 거부해 '한심한 선수'로 낙인찍혔다.
'체조요정' 안드레아 라두칸(루마니아)은 감기약을 잘못 먹은 죄로 금메달을 빼앗겨 비운의 스타로 전락했다. 우승 세레모니까지 했던 남자 20km경보의 베르나로도 세구라(멕시코)는 결승선 100m를 남기고 파울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돼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여자 경보 20km에서 제인 새빌(호주)도 올림픽 스타디움에 들어서기 직전 파울을 범해 다잡은 금메달을 놓치고 말았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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