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10주년을 앞두고, 정치세력간의 ‘공과(功過)’논쟁이 뜨겁다. 발단은 통일 당시 총리 헬무트 콜과 기민당(CDU)이 현 집권당 사민당(SPD)의 10년전 통일반대 노선을 새삼 비난한 것이다. 콜 전 총리는 당시 야당 사민당이 조기통일에 반대한 것을 ‘인도주의에 대한 배신’이라고 매도했다. 민중의 통일열망을 배반했다는 뜻이 숨어있다. 그러자 사민당측은 브란트이래 역대 사민당 정권이 동서화해에 앞장선 사실을 상기시키며, 역사 왜곡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10주년 축하무드를 흐린 논란은 물론 순수한 역사 논쟁은 아니다. 콜 전 총리가 연루된 비자금 스캔들로 신뢰가 추락한 기민당이 이미지 반전을 노려 정략적 공세를 편다는 사민당측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사민당의 대응자세도 떳떳하지는 않다. 슈뢰더 현 총리도 포함된 당 지도부의 조기통일 반대입장에 대한 해명이나 반성은 없이, 브란트의 선구적 공적에만 의지하는 것은 옹색하다. 기민당의 정략부터 탓하는 것도 다분히 정략적이다.
■이 논쟁에 대해 보수적 권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는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 역사를 단순한 인과관계로 축소시켜 평가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사민당이 집권했으면 통일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가정은 무모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콜 총리와 기민당도 집권때 통일우선 노선을 표방하진 않았고, 장벽붕괴후에도 한때 과도적 연방을 추진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사민당도 야당이 아니었으면, 한층 적극적인 통일정책을 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 상황과 연관지어 음미할만한 대목이다. 남북화해 정책의 과속을 우려하는 보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역대 대통령은 저마다 남북정상회담을 앞서 추진했음을 자랑한다. 냉전의 벽을 허문 브란트만한 안목은 모두 가졌다는 자부다. 그렇다면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들은 독일 언론이 지적한 사민당의 과오를 새겨둘 필요가 있다. 그것은 야당의 고유한 반대역할과 ‘애국적 거리’를 유지하지 못한 것이다. 그 때문에 통일 10년이 지나서도 역사적 평가 시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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