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 회견내용에 정가 촉각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에게 “2일 아침 긴급 기자회견을 가질 테니 준비라하”고 지시한 시각은 1일 저녁 7시가 가까워서였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도 기자회견의 내용과 방향에 관해 아무런 언질을 주지 않았다. 전례없는 일이었다.
권 대변인은 “이 총재가 의원총회도 거치지 않은 채 급박하게 기자회견을 하는 의미를 새겨봐야 할 것”. 이라며 “일각의 추측대로 무조건 등원을 한다면 최소한 의원총회를 거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총재와 긴밀히 의견 교환을 하는 한 부총재도 “당내 분위기가 무조건 등원하는 쪽은 아니다”면서 “아무 것도 얻은 게 없는 상태에서 떠밀리듯 국회로 들어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이 총재는 이날 밤 핵심 측근들에게 “등원에 관해선 당내에 일부 주장이 있고, 언론도 그쪽 방향으로 몰고 있다.
그러나 저쪽(여권)이 너무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여권은 그동안 했던 얘기에서도 후퇴하는 분위기다. 이대로 그냥 (국회로) 들어갈 수는 없다”고 결심의 일단을 밝혔다는 후문이다.
그렇지만 어떤 당직자도 이 총재의 최종 결심이 무엇인지에 대해 딱 부러진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다만 한가지, 투쟁방법에 변화가 오리란 점에 대해선 조심스럽게 견해의 일치를 보였다.
아닌게 아니라 대다수 당직자들은 “더 이상 전국 각지를 돌면서 장외 집회를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장외투쟁의 여력이 없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문제는 변화의 방향이 무엇이냐는 것인데, 가장 설득력 있는 관측은 ‘장내로 들어가되 강경한 투쟁을 해 나가는’ 방식이 될 개연성이 높다.
예컨대, 의원들은 민생 현안을 다루기 위해 국회에 들어가되 이 총재는 국회 총재실에서 농성을 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이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한나라당이 제시했던 특검제 요구 등에 관한 여권의 수용 시한을 못박으면서 “이 기한까지 여권의 태도변화가 없으면, 야당사에 일찍이 없었던 투쟁에 들어갈 것”임을 경고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총재의 농성은 여권의 수용 시한과 맞물리는 시한부 투쟁이 된다.
이와는 다르게, 중간점검 및 정리 차원에서 기존의 입장을 다시 설명하고 강조한 뒤 여권의 태도변화를 재 촉구하는 것으로, 여권에 ‘마지막 기회’를 주는 데에 기자회견의 주안점을 둘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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