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간에 집을 사고 파는 데도 위약금 등 안전장치를 하는 것이 상거래의 기본 상식이다. 더욱이 정부가 공공 자산을 외국에 팔 때 그러한 안전장치를 두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같은 황당무계한 일들이 실제로 벌어졌다. 얼마전 대우차의 매각 불발에서 그러한 어처구니 없는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이번에는 한보철강 매각이 결렬위기라고 한다.지난 3월 한보철강 인수계약을 체결했던 미국의 네이버스 컨소시엄측이 엊그제 약속 날짜까지 인수대금을 납입하지 않아 매각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인수가격을 당초 계약서 이하로 후려치기 위한 네이버스측의 의도된 계약 불이행이라는 것이다. 한마디 사전 양해나 해명없이 계약을 파기하는 그들의 뻔뻔스러움도 그렇지만, 더 분통을 자아내게 하는 것은 우리측이다.
네이버스측이 일방적으로 계약서를 휴지조각화 했음에도 정부당국은 속수무책이라고 한다. 계약서에 어떤 제재 조항도 명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정말 믿기지가 않을 정도다. 한보철강과 같은 기업의 국제매매 계약에는 최소한의 계약이행 보증금이라도 걸도록 하는 것이 국제상거래의 기본 룰이다. 그것은 어떤 경우에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확고한 관례이기도 하다. 정부측은 이런저런 변명을 갖다 대지만, 국제관례라는 것이 왜 존재하는지 생각해보면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대우차나 한보철강의 매각 불발에서 똑같이 드러난 이같은 문제점은 단순히 한두건의 ‘기술적 사고’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국내자산의 해외매각과 관련한 정부정책의 전략·전술상 근본적 오류가 ‘빙산의 일각’처럼 삐져나온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협상 테크닉의 미숙함은 물론이고, 무조건 “조기 매각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매각주체들의 도덕적 해이 등을 차제에 종합 점검해야 한다. 예기치 않게 국가경제에 엄청난 주름살을 끼친 계약체결 관계자들에게 우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