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살 빼고, 식구들도 물갈이하고, 문패까지 바꿔 달았습니다.”현대차 계열분리로 자동차 그룹의 지주회사가 된 현대정공의 박정인(朴正仁57사진) 사장은 요즘 사람들을 만날 때 마다 “탱크 열차 컨테이너를 만들던 옛날 덩치 큰 현대정공은 잊어달라”고 말한다.
대신 조그마한 자동차 부품만을 생산판매하는 작지만 알찬 기업 ‘현대 모비스(MOBIS)’를 기억해달라고 주문한다.
“지난 2년 동안 다른 기업들이 20년 걸릴 구조조정을 모두 다했다”고 말하는 그는 소리소문 없이 기업 변신에 성공한 ‘구조조정 모범생’으로 통한다.
1998년 초까지만 해도 국내 중후장대 산업을 대표하던 현대정공은 그동안 외형을 4분의1로 줄이는 대대적인 몸집 줄이기를 했다.
철도차량은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을 통해 한국철도차량에 매각했고, 갤로퍼와 싼타모를 만들던 완성차 부문은 현대차에 넘겼다. 국내 시장의 40%를 차지하던 컨테이너사업은 중국 합작사에 모두 이전했고 공장기계와 산업기계사업도 매각했다.
매출 2조8,000억원이라는 외형은 반 토막도 안 되는 6,000억원으로 줄었고, 1만 명이던 종업원은 고작 2,300명만 남았다. 혹독한 ‘칼바람’ 와중에서 ‘손에 가장 많은 피와 기름을 묻힌 현대맨’으로 불리기도 했다.
박 사장은 이를 ‘효율화를 위한 마이너스 구조조정’이라고 규정한 뒤 “사업 전문화를 위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서비스 부품판매 사업부문을 인수한 것은 ‘플러스 구조조정’이다. 직원들의 절반은 새 식구”라고 강조한다.
박 사장은 요즘 인터넷과 스타크래프DDR등을 배워 직원 경연대회를 여는 등 새로운 회사에 맞는 역동적인 기업 문화만들기에 바쁘다.
충북 영동 출신으로 1977년 정몽구(鄭夢九) 현대차 회장과 함께 현대정공을 설립, 30년 동안 일해온 창업 맴버인 그는 “자동차 모듈(결합형 부품)사업과 물류개선, 미국 일본등 선진 자동차메이커 부품 공급, 해외 자동차 애프터서비스 시장 진출 등에 적극 나서 올해 대규모 흑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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