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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아들의 고통을 대신 떠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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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아들의 고통을 대신 떠안을 겁니다"

입력
2000.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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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이 평생 짊어지고 살아야 할 고통을 엄마가 대신 떠안을 겁니다.”선천성 유전병을 앓고 있는 아들의 고통을 보다 못한 30대 어머니가 자식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뒤 경찰에 자수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30일 터너증후군 및 과잉행동장애 증세가 있는 아들 A(7·초등교1)군을 목졸라 숨지게 한 B(35·여)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30일 오전 3시10분께 집에서 잠자고 있는 아들을 깨워 밖으로 데리고 나가 스타킹 등으로 목졸라 숨지게 한 혐의다. 이씨는 아들을 살해한 뒤 112 전화를 걸어 자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생후 1개월후부터 성염색체 이상으로 양성(兩性)을 띠고 성장이 더뎌지는 터너증후군을 앓아 4년전 수술을 받았다.

그는 또 올해 초등교에 입학한 뒤 과잉행동장애 증세를 보여, 사소한 문제로도 친구들과 빈번히 싸움을 벌이는 등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지 못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B씨는 남편과 방을 따로 쓰면서까지 밤마다 깨어나 투정을 부리는 아들을 헌신적으로 돌봤고, 올초부터는 매일 새벽기도를 다녔지만 허사였다.

29일 B씨는 영어학원에도 가지않고 길거리를 배회하다 돌아온 아들을 자신의 곁에 재운 뒤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아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도대체 뭘까?’라며 수없이 자문한 끝에 아들을 장애의 고통이 없는 하늘나라에서 ‘살게’해 주기로 결심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죽했으면 제 속으로 난 아들을 죽이겠습니까”라며 안타까워했고, A군의 담임교사(43·여)는 “성격이 급하고 고집이 세긴 했지만 공부도 곧 잘하는 착한 아이였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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