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원쯤은 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1994년초 메이저리가 된 박찬호(27.LA 다저스)가 선수생활 동안 벌 돈을 농담삼아 500억원이라고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 500억원은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30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시즌 마지막으로 선발등판한 박찬호는 분명 메이저리그 톱클래스투수로서 손색없는 투구를 과시했다.
9이닝동안 2안타만 맞고 삼진을 13개나 잡아내며 데뷔후 첫 완봉승이자 시즌 18승을 기록했다. 방어율은 3.27.
96년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후 최고의 시즌성적. 메이저리그를 주름잡는 랜디 존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19승, 방어율 2.38) 그렉 매덕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19승, 방어율 3.00)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이날 박찬호는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했다. 최고시속 156km짜리 직구와 낙차큰 변화구와 구속차이는 40km정도.
샌디에이고타자들은 타석앞에서 갑작기 떨어지는 변화구에 헛스윙하기 일쑤였고 빠른 직구에는 속수무책이었다.
LA다저스가 1회초 숀 그린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려 1-0으로 앞서 기분좋게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는 첫 타자 에릭 오웬스를 중견수플라이로 잡아낸후 데시 렐러포드와 라이언 클레스코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1-0, 박빙의 리드를 지키는 가운데 4회말 2사후 필 네빈에게 우전안타를 맞을 때까지 노히트노런으로 샌디에이고 타선을 틀어막았다.
7회말 네빈부터 루벤 리베라까지 3타자를 내리 삼진으로 아웃카운트를 잡은 박찬호의 볼은 '언터처블(Untouchable)'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정도였다.
8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박찬호는 또 한번 샌디에이고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볼카운트 2-3에서 우디 윌리엄스의 시속 143km짜리 바깥쪽 높은 직구를 밀어쳐 우측담장을 넘겼다.
8월25일 몬트리올 엑스포전에 이은 박찬호의 생애 2번째이자 시즌 2호 홈런. 2사후 게리 셰필드가 솔로홈런을 보태 3-0으로 달아나 박찬호의 어깨가 더욱 가벼워졌다.
9회초 팀 공격이 끝난후 박찬호는 마운드에 올랐다. 드디어 처음으로 완투의 기회가 주어진 것. 첫 타자 오웬스는 3루땅볼, 렐러포드는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이제 마지막 한타자. 박찬호가 154km짜리 빠른 직구를 던지자 라이언 클레스코는 힘껏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평범한 좌익수 플라이.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한후 185경기만에 완봉승을 따냈다.
/정연석기자 yschung@hk.co.kr
■박찬호의 홈런공이 뉴욕주 쿠퍼스타운 명예의 전당에 영구 보존된다.
29일(한국시간)까지 다저스의 한 시즌 팀 최다홈런은 208개였다.
1953년 브루클린 다저스 시절이다. 그러나 박찬호가 8회초 타석에 들어서 기념비적인209번째 홈런을 날렸다.
투수가 팀 홈런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홈런공이 명예의 전당으로 가는 이유다.
/장윤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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