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재벌 개혁론자’인 김종인(金鍾仁) 전 청와대경제수석이 29일 “지금은 단호한 수술을 시급히 진행해야 할 때”라며 느슨해진 현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을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김 전 수석은 이날 민주당내 소장·개혁파 의원들의 모임인 ‘열린정치포럼’초청 강연에서 “경제 관료들이 함정에 빠지기 쉬운 거시지표에만 집착, 구조조정에 늑장을 부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수석은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면 현재로서는 취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별로 없다”고 경고하고 “내년까지의 계획을 세워 더욱 확고하게 구조조정 정책을 밀고 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전 수석은 또 최근 여권 일부에서 제기되는 ‘개혁 속도조절론’등을 의식, “경제 운용주체와 정치권은 명백히 구별돼야 한다”면서 “지금은 대통령 임기 후반이어서 정치적으로 취약해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이런 때일수록 경제 운용주체의 확고한 의지와 자주성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경제적 성과엔 외부적 요인이 컸다”고 평가절하 하면서도 “최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경제상황 인식이 정확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참석 의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지주회사법등이 통과되지 않아 구조조정이 늦어진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경제정책 담당자들의 말이 너무 많다”“한두달내에 구조조정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주장이 오히려 시장의 불신을 초래한다”“구조조정은 기업의 생사(生死)를 분명히 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등 정부 경제정책의 허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강연을 들은 민주당 신기남(辛基南) 제3정조위원장등은 “중단없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의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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