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북은 정치·경제, 심지어 국방분야에서 까지 다양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아산이 추진중인 개성공단 건설때 현지의 소중한 문화재가 보호돼야 한다는 우리 역사 및 고고학계의 지적은 시의적절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일방적인 우려가 아니라 남북 관련학계의 학술협력 차원에서 진지하게 접근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현재 북한을 방문중인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대아산의 계획을 보면, 개성공단은 1차로 개성의 동남쪽 판문군 평화리 일대에 800만평의 공단과 1,200만평의 배후도시를 건설하는 내용이다. 또 공단운영이 성공하면 4,000만평에서 1억평까지 확대하기로 돼 있다. 시범공단 100만평은 오는 11월에 착공, 내년 9월 가동을 목표로 하는 등 매우 서두르는 인상이다. 이런 일정으로는 매장문화재를 확인하는 지표조사와 시굴, 그리고 본격발굴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때문에 관련 학자들은 학술조사의 선행을 주장한다.
개성은 고려의 도읍지로서 주변에 수많은 문화유적지가 분포돼 있다. 짧은 시기의 급속한 개발로 인해 무수한 문화유적의 파괴 경험을 가진 남한의 학계에서 이 유적의 보호에 관심을 쏟는 모습은 자연스럽다.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학자들은 그 쪽 사회과학원 관계자가 고고학 발굴조사와 관련해서 충분한 인력이 확보되어 있고, 그 동안 개발에 앞서 발굴조사를 해 온 사실을 설명듣고 왔다고 한다. 따라서 민족문화의 보존과 연구에 일정한 성과를 거둔 북한에 간섭처럼 들리는 걱정보다는 학계의 협력을 본격화하는 공동조사와 발굴을 제의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문화관광부 안에 남북문화교류추진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어 이 같은 문제에 관해 준비가 있을 것으로 안다. 지금 제주에서 열리고 있는 장관급 회담에 김순규 문화관광부 차관이 참여하고 있는데, 비록 준비된 의제가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 학계의 의견을 전달해 남북간에 새로운 문화 교류를 시작하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독일은 문화교류를 바탕으로 경제와 정치교류를 병행해서 통합을 이뤘다. 이에 비해 남북간에는 문화분야의 교류속도가 다른 분야에 비해 뒤진 느낌이다. 분단 반세기 동안 이질감이 극대화한 남북한 사회를 하나로 묶기 위해서는 문화교류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고 본다. 바로 개성공단의 남북공동 문화재 조사와 발굴은 그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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