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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의 철학 / "철학없이 어떻게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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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의 철학 / "철학없이 어떻게 살지"

입력
2000.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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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밥 먹여주냐"이 한마디면 철학은 무장해제다. 지루하고 건조한 산문의 최극점처럼 보이는 철학책 앞에서 망연자실해 봤다면, 그래서 철학의 튀통수라도 갈겨주고 싶다면 이 한마디면 된다.

철학에 대한 냉소와 외면은 이제 임계점에 도달한 것처럼 보인다. 가장 널리 이름이 알려져 있으면서 가장 적게 읽힌 책을 꼽으라면 동서고금의 철학책이 망라될 것이다.

이대로라면 뒷사람들은 아무도 따르지 않는 '후인미답의 사막의 성전'이 될지도 모른다.

이 위기감이 철학자를 휘감는 상황에서 최근 철학을 지상으로 끌어내려 철학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들이 눈에 띈다.

얼마전 이진우 교수가 정갈한 문체로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철학적으로 풀어낸 '지상으로 내려온 철학' 을 선보이더니, 이번에는 사회철학을 전공하며 현실문제도 적극 발언해온 최종욱 국민대 교수가 연장선상에서 '일상에서의 철학' (지와 사랑 발행)을 내놓았다. 따지고 보면, 김용옥의 '노자와 21세기' 의 인기는 현대인의 내심에 철학에 대한, 삶의 의미를 되짚어보고자 하는 갈망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이 갈망을 외면한 것이 철학이 아닐까. 철학은 스스로 그 사명을 방기한 것은 아닌가.

이런 문제의식에서 저자는 삶과 지식의 괴리가 가장 극단화한 철학의 본래자리가 어디며 그 철학의 의미가 무엇인지 일깨우고자 한다.

"철학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철학은 익히고 외워야 할 대상이나 누구의 독점적 소유물이 아니라 삶의 과정이자 행위다."

물고기 한 두개 대신 낚시하는 법을 배워야 하듯 데카르트 베이컨 칸트가 무슨 말을 했느냐가 아니라 그들 사유의 바탕에 깔린 정신과 그 철학적 방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는 옛 선사처럼 저자는 "베이컨을 만나면 베이컨을 죽이고, 칸트를 만나면 칸트를 죽여라" 고 말한다.

스스로 자기 삶을 사유하는 그 때, 철학이란 그 모든 편견과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는 '자유의 길' 임에 다름 없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적 메시지이다.

서른 한 꼭지의 글들을 모은 책은 바로 일상 속에서 스스로 사유하는 방법을 일깨우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칸트 등 철학자의 공허해 보이는 사유의 규칙이 일상과 호흡할 때 지혜로서 다가옴을 보여주고자 한다. 철학의 사명이 왜곡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한 것도 결국 철학자다. 서구 사상의 주입에만 골몰한 채 철학을 성전화한 강단 철학자들에 대한 비판도 매섭다. 1만원.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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