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나라당 당사는 대구로 옮겨온 듯 했다. 29일 대구 집회를 앞두고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비롯해 정창화(鄭昌和) 총무, 권철현(權哲賢) 대변인 등 당 지도부가 대거 대구로 내려왔기 때문이다.이 총재는 이날 대구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칠성 시장과 대구 백화점 앞에서 당직자들과 함께 집회 홍보 전단을 배포하는 등 장외 집회 바람몰이를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대구 집회는 한나라당으로선 중요한 고비. 이 총재가 정국 정상화의 카드로 제시했던 여야 영수회담이 불투명해진 이후 ‘텃밭’에서 열리는 장외 집회를 통해 싫든좋든 간에 ‘힘’을 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총재는 간담회에서 “이 정권에 국정 실패와 권력 부패에 대한 국민의 원성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고, 민심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국정 파탄의 장본인인 정부 여당이 도탄에 빠진 민생을 외면하고, 정국의 파행을 방치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국민과 야당을 상대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이 총재는 특히 “야당이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려 영수회담을 제안했는데도 대통령은 당에 미루고, 당은 대국민용으로 대화를 하는 시늉만 하고 있다”면서 자신이 제안한 영수회담 카드에 소극적인 여권을 비난했다.
이 총재는 특히 “부산집회 후 민심에 굴복해 한때 타협적인 자세를 보인 여권이 야당내 등원론 제기를 계기로 다시 오만한 자세로 돌아섰다”면서 “여권의 태도는 야당이 국회에 들어오려면 오고, 말라면 말라는 식”이라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회견 도중 “우리는 국회를 결코 방치하지 않을 것이고, 반드시 원내에 들어가 민생을 살피고 국정을 감시할 것”이라고 밝혀 대구집회 직후 등원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與 김중권의원 野집회 비난
민주당 최고위원 중 유일한 영남권 인사인 김중권(金重權) 최고위원이 28일 한나라당의 대구집회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영남지역 의석을 싹쓸이 한 한나라당이 우방건설 부도후 피폐해진 지역경제를 돌보기는 커녕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집회에만 매달리고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대구 시민은 한나라당에 경제 문제를 풀어달라고 하는데 정작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대권을 위해 이 지역을 정치적 볼모로 잡으려 한다”며“대구집회는 장소만 빌렸을 뿐 전국에서 동원한 사람을 이용한 민심 왜곡행사에 불과하다”고 톤을 높였다.
그는 “(대구·경북) 지역의 여러 어른을 만났는데 한나라당의 대구집회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더라”며“야당 내부에서 등원론이 나오는데도 이 총재 혼자 밀어붙이는 것은 비민주적”이라고 날을 세웠다.
실제 그는 8·30 최고위원 경선뒤 TK출신인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 김윤환(金潤煥) 민국당 대표를 잇따라 만났다. 이어 내달 4일에는 신현확(申鉉碻) 전 총리도 만난다.
특히 최근에는 대구에 아파트까지 마련, ‘동서화합’을 무기 삼아 접촉을 강화하고있다. 김 최고위원은 대구집회와 이 총재를 비판, 자신을 ‘영남권 대안’으로 부각시키려 하고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이총재, 박근혜참석시키려 러브콜
28일 아침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가회동 집. “대구 집회에 박근혜(朴槿惠) 부총재가 참석하느냐”는 질문에 주진우(朱鎭旴) 비서실장은 “틀림없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주 실장은 전날 오후 박 부총재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이 총재는 아무 말이 없었다.
이날 오전에는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이 박 부총재와 통화 했다. 권 대변인은 “지금은 당이 똘똘 뭉쳐야 하는 만큼 오해를 풀고 꼭 나와달라”고 부탁했다. 이 총재도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박 부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대회 참석을 다시 당부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박 부총재의 마음을 돌리는 데 정성을 다할 수 밖에 없다. 박 부총재의 참석 여부가 대구 집회의 성패(成敗)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박 부총재의 대중적 인기는 이미 5·31 전당 대회 부총재 경선을 통해 똑똑히 확인됐다. 21일 부산 대회 때도 “박근혜는 안 보이네”라고 말한 시민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박 부총재는 이날까지도 확답을 하지 않아 당 지도부의 애를 태웠다. 박 부총재는 “장외 집회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는데 여당이 성의를 안 보여 실망스럽고, 그래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