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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무서워졌다

입력
2000.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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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속 재판 =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식이 깨지고 있다.최근 불구속 상태에서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이례적으로’ 실형선고와 함께 법정구속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영장실질심사 제도와 불구속 재판 원칙이 정착되면서 과거 ‘구속 후 집행유예 석방’이 ‘불구속 후 실형’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 이는 무엇보다 수사·소송과정에서 불필요한 구금을 줄여 인권침해 소지를 줄이되, 범죄에는 적극 응징한다는 원칙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실제로 법정형이 단기 징역1년 이하 사건 등을 맡고 있는 서울지법 형사단독 14개 재판부에서는 지난 19~21일 사이에만 무려 13명의 피고인이 법정구속됐다. 심지어 한 재판부에서 같은 날 4명의 불구속 피고인이 연달아 법정구속되기도 했다.

서울지법 형사2단독 재판부는 지난 19일 고객의 허락없이 임의로 38차례나 증권을 거래한 증권사 직원 박모(33)씨에게 증권거래법 위반죄를 적용, 징역 8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불구속기소된 박씨는 재판내내 혐의를 부인하고 피해액 2,800만원 변제도 거부한 채 ‘여유’를 보이다 ‘뜻하지 않게’ 철창 신세를 지게된 것.

특히 불구속 기소된 뒤 “이젠 안심”이라며 안이하게 대처, 재판에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증거를 인멸하고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피고인들에게는 거의 예외없이 법정구속 판결이 떨어지고 있다.

또 구속되지 않은 것을 기화로 태도를 바꿔 피해변제를 늦추거나 기피하는 재산범·폭력범들도 당연히 법정구속의 주 대상이 되고 있다. 서울지법 관계자는 “교통사범 등의 과실범에 대해서는 피해자와의 합의 기회 등을 주기 위해 1심에서 법정구속을 피하고 있다”며 “그러나 피고인이 합의 등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항소심에서는 100% 법정구속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변호사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수임받은 사건의 의뢰인이 불구속 상태였다가 법정구속까지 당하게 되면 의뢰인의 항의 등 적잖은 수모를 겪게 된다. 서울 서초동의 이모(37) 변호사는 “‘무죄추정 원칙’이란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따라 불구속 재판이 증가하는 것은 대 환영”이라며 “과거 불구속 사안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변론준비가 소홀한게 사실이었으나, 이제는 법정구속에 대비, 치밀한 준비가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종전 관례상 구속 재판을 받아야 하는 경우에도 현재는 영장실질심사나 구속적부심(기소전 보석) 단계에서 풀려나는 것이 추세”라며 “따라서 본안 재판부의 선고가 범죄에 대한 최종적이고 실질적인 응징이 되야한다는 점을 판사들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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