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대성(31o한화)을 흔히 '야구 9단'이라고 한다.다른 건 몰라도 야구센스만큼은 그를 따를 선수가 없다. 국내에서 그의 임무는 마무리. 시속 145km내외의 직구와 오른손 타자 무릎쪽으로 파고드는 변화구가 일품이다.
드림팀에서 그의 주임무는 마무리가 아닌 셋업맨. 하지만 일본과의 3, 4위전에서 그에게 맡겨진 임무는 선발투수. 한국팀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카드였다.
한양대시절 아마국가대표로 뛰며 일본전에 유난히 강해 '일본킬러'로 이름을 떨친데다가 드림팀 투수들중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구위가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일본전에서 6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기도 했던 구대성은 예선풀리그 호주전 (4와 3분1이닝 무안타 무실점) 과 일본전(6이닝 6안타 3실점)에서 보여준 구위는 나무랄데가 없었다.
등판하기만 하면 줄줄이 나가 떨어진 국내프로야구의 간판투수들중 구대성만 예외였다. 3, 4위전서 일본타자들이 변화구를 노리자 이를 재빨리 간파, 역이용하는 투구를 했다. 특히 오른손 타자 무릎쪽으로 파고드는 슬라이더는 프로출신 일본타자들조차 손을 대지 못할 정도였다.
올 시즌을 끝으로 해외진출자격을 얻는 구대성은 시드니에서 선전으로 몸값도 폭등할 것으로 보인다. "구단이 섭섭지 않게 대접해준다면 굳이 해외로 나가지 않겠다"는 구대성은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의 주니치 드래곤즈, 한신 타이거스 등이 깊을 관심을 갖고 간접경로로 계속 접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드니=특별취재반
■구대성 일문일답
지난 23일 6이닝 6안타 3실점, 27일 동메달 결정전에서 또 9이닝 5안타 1실점의 완벽투구로 일본의 천적임을 과시한 구대성은 한국시리즈 우승이상의 기쁜 표정을 지었다.
-소감은.
"기쁘다. 뭐라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다. 우리 선수들이 정말 최선을 다했다."
-오늘 승부구는 무엇이었나.
"슬라이드로 카운트를 잡고 체인지업과 바깥쪽 직구를 결정구로 사용한 것이 일본선수들에게 먹혔다."
-지난해 아시아예선전과 비교할 때 일본팀 타력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것 같았다."
-마쓰자카와 두 차례 맞대결을 펼쳤는데.
"아직 나이가 어려서인지 제구력에 보완할 점이 있는 것 같았다. 제구력만 다듬어진다면 완벽한 투수다."
-올림픽 선전을 계기로 해외진출 제의도 들어올 것 같은데.
"구단과 상의해서 판단할 일이다."
/시드니=특별취재반
■김응용감독 인터뷰
국가대표선수시절 사상 처음으로 야구에서 일본을 제압했던 '코끼리' 감독은 동메달보다 일본을 꺾은데 대해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김 감독은 "시드니올림픽을 위해 출국하기 전 선배들이 다 지더라도 일본에 만은 지지 않아야 한다고 충고했다"며 "당초 4위권을 목표로 했고 일본을 두번 이긴 만큼 국민이 이해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미국이나 쿠바를 이기는 것보다 일본을 이기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이냐"는 미국기자의 질문에 "한.일간 자존심과 국민성에 따른 문제"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이어 "1회 득점기회를 놓친 뒤 '오늘 경기는 안풀리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8회 3점을 뽑으면서 안심했다"며 "구대성이 워낙 잘 던져줬다"고 말했다.
전날 미국과의 준결승전에서 심판판정에 강하게 항의했던 김 감독은 "스트라이크 존이나 기타 판정에 아마와 프로가 큰 차이가 있었다"며 "야구다운 야구를 하지 못한 것 같고 다음 올림픽때는 프로심판들도 참가해야 하지 않겠느냐는게 내 생각"이라고 밝혀 심판판정에 상당한 불만을 토로했다.
/시드니=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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