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선거관리위원회가 26일 대통령 선거결과를 발표한 후 부정선거여부와 결선투표 실시를 싸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유고사태가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유고 선관위는 이날 야당 연합인 세르비아 민주야당(DOS)의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후보가 48%,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40%를 득표했다며 양쪽 모두 과반수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에 10월 8일 결선투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은 자체 조사결과 과반수 득표가 확실하다며 결선투표에 참가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서방국들은 밀로셰비치에 야당의 승리를 인정하라고 압박하고 있으며 우군이었던 러시아까지 밀로셰비치에 대한 지지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코슈투니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밀로셰비치의 속셈 유고 선관위가 재빨리 2차 결선투표일정을 발표하고 강행하려는 것은 완벽한 부정선거를 위한 시도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밀로셰비치의 대통령 고문을 지낸 즈보니미르 트라이코비치는 26일 영국 BBC방송과의 회견에서 “밀로셰비치가 결선투표를 강행하려는 것은 야당 후보들이 복수로 입후보한 1차 투표 때와 달리 야당 후보가 1명으로 압축된 결선투표에서 보다 확실하게 야당측 선거감시요원들의 활동을 방해함으로써 선거과정을 통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또 밀로셰비치측이 야당의 결선투표 거부를 유도하고 이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코슈투니차 후보를 서방의 꼭두각시로 몰아세우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야당 움직임과 몬테네그로 세르비아 민주야당은 이날 “97.5% 개표 상황에서 코슈투니차 후보가 54.66%를 득표해 당선이 확정됐으므로 결선투표를 해야할 정치적·도덕적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야당은 또 “코슈투니차의 40만 표를 도둑맞았고 그중 20만표가 밀로셰비치에게 넘겨졌다”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를 규탄하는 대대적인 국민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코슈투니차는 그러나 국민들이 밀로셰비치와 그의 정책에 분명히 반대했기 때문에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승리를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유고 연방을 구성하고 있는 몬테네그로 공화국의 필립 부야노비치 총리는 이날 대선에서 승리를 주장한 코슈투니차를 공식 파트너로 인정하며 세르비아와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몬테네그로가 코슈투니차를 유고 연방의 대통령으로 인정할 경우, 밀로셰비치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서방과 러시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26일 조지타운대학에서 열린 외교정책관련 연설에서 “유고 대선에서 집권당의 투표조작노력에도 불구, 야당이 밀로셰비치를 이겼다”며 “국민의 뜻이 존중된다면 유고에 대한 제재조치를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도 “크로아티아와 함께 아드리아해에서 합동군사훈련을 시작했다”며 군사행동의 가능성을 암시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노동당회의에서 밀로셰비치에게 “당신은 패배했으니 물러나라”고 종용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날 모스크바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회담을 갖고 “세르비아와 유고슬라비아가 민주적 변화를 원하는 쪽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고에 대한 기존입장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유고 밀로셰비치 부부 고향 표정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 대통령과 부인 미라 마르코비치의 고향인 포자레바치에서도 야당은 승리의 분위기에 들떠 있는 반면 여당은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지역 야당인사인 모칠로 벨리코비치는 27일 “포자레바치 역시 야당의 수중에 떨어졌음을 온세계에 알려달라”고 말했다.
시 의원에 당선된 세르비아 민주야당(DOS) 후보인 라도이코 루코비치도“밀로셰비치는 패배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남동쪽으로 80㎞ 떨어진 이곳의 사회당(SPS) 지구당은 청·백·적색의 유고 국기만이 걸려있을 뿐 한산한 분위기였다.
반면 DOS의 지구당에는 당원들이 몰려들어 조심스럽게 향후 정국 방향을 이야기하는 모습이었다. DOS 지역 간부인 드라간 일리치는 “복수나 앙갚음은 없을 것이며 우리는 다만 국가를 재건하고 국제사회에 재통합시킬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포자레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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