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가을' VS '코요테 어글리'뉴욕은 꿈과 현실이 뒤엉킨 공간이다. 우디 앨런은 영화 '맨하탄' 에서 조지 거쉰의 연주와 함께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아름답게 드러냈다.
'뉴욕의 가을(Autumn In New York)' 과 '코요테 어글리(Coyote Ugly)' 는 뉴욕이 배경이다. 두 영화는 그러나 철저히 뉴욕의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코요테 어글리' 의 뉴욕은 꿈이고, 그 꿈이 펼쳐지는 공간은 뉴욕 맨해튼 뒷골목의 허름한 선술집이다. 그래서 오히려 현실적이다.
'뉴욕의 가을' 은 센트럴 파크에 깔린 노란색 낙엽 만큼이나 환상적이다. 사랑은 환상이라는 '독소' 가 없이는 아름답기 어렵기 때문일까.
■뉴욕의 가을
-가슴저린 시한부 사랑
이미 '귀여운 여인' 에서 '부유한 왕자' 역을 멋지게 소화했던 리처드 기어가 48세의 중년으로, 요정 같은 위노나 라이더가 22세의 대학생으로 나온다.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바람둥이 윌이 옛 여자 친구의 딸 샬롯에게 첫 눈에 반한다. 천하의 바람둥이라지만 제 나이의 절반도 안되는 처녀와의 사랑은 부담스럽다.
그러나 그는 백전노장답게 수공예품을 만드는 샬롯에게 여자친구의 모자를 부탁하면서 자연스럽게 재회의 기회를 잡는다. 그때부터 예정된 것처럼 그들은 사랑에 빠지고, 갈등한다.
과거가 많은 남자와 시한부 인생으로 밝혀지는 여대생의 사랑이 가을에서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뉴욕의 풍경속에서 더욱 애틋하다.
뉴욕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조역을 해냈다. 은행잎이 깔린 센트럴 파크와 윌의 다락방 창문에 비치는 뉴욕 항은 뉴욕이 멜로 영화의 배경으로 썩 잘 어울리는 공간이라고 웅변하는 것 같다.
멜로 영화는 한계가 명확하다. 예상된 만남, 끝이 보이는 이야기 전개로 "상투적" 이라는 평가를 얻기 십상이다. 플롯으로만 보면 '뉴욕의 가을' 도 지극히 상투적이다.
그러나 이 느낌은 위노나 라이더의 깜찍한 연기로 상당 부분 상쇄된다. '처음 만나는 자유' 에서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소녀 역을 맡았던 그가 이번에는 심장종양을 앓고 있어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있으면서도 놀랄 정도로 상큼한 외모와 "와우" 를 연발하는 귀여운 말투로 시선을 잡는다.
알 것 다 아는, 그러면서도 정열을 간직한 눈빛에는 후한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다. 48세 남자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리처드 기어 역시 제 몫은 했다.
'마지막 황제' '하늘과 땅' '레드 로즈 화이트 로즈' 등을 만든 중국 출신 여성감독 조안 첸의 작품.
아름다운 뉴욕은 '패왕별희' 에서 뛰어난 색감을 보여준 장웨이구의 촬영으로 담았다. 평론가에게는 있으나마나, 그러나 멜로 취향 관객에겐 매력적인 영화다.
30일 개봉. 오락성 ★★★☆ 작품성 ★★☆
■코요테 어글리
-꿈있는 곳에 절망은 없다
덫에 걸린 코요테는 덫에서 빠져 나가기 위해 자신의 다리를 물어 잘라 버린다. 영화제목 '코요테 어글리'는 거침없이 제 갈길을 가는 멋진 여성의 은유적 표현이다. 맨해튼 (이스트빌리지 1번가)에 자리잡은 것으로 설정된 클럽 '코요테 어글리'는 여성들의 꿈이 있는 곳이다.
작곡가가 꿈인 조지아 출신의 촌뜨기 바이올렛(파이퍼 페라보)에게 뉴욕은 절망적인 곳이다. 자신의 노래를 녹음한 테이프를 음반 프로덕션마다 제출하지만 누구하나 들어주는 이 없고, 식당에서 햄버거 고기를 굽는 케빈(아담 가르시아)은 자신이 음반 프로듀서라고 속이기까지 했다.
시골에서 꿈을 안고 상경한 그녀에게 뉴욕은 낯설기만 한 곳이다. 그러나 그는 '코요테 어글리'에서 새로운 인생을 경험한다.
멋진 몸매에 기막힌 춤솜씨를 가진 멋진 여자들은 스탠드에 올라가 춤을 추고 팁을 받는다. 꿈을 포기하지 않은 채 스탠드에 서 서 서툰 춤 대신 노래를 부른다. 그는 어느새 클럽의 명물이 돼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정식 무대에 서면 말 그대로 얼어 붙고 만다. 케빈이 어렵게 마련한 무대에서 그녀는 "미안하다" 는 말만 했을 뿐이다.
밀고 당기는 사랑 싸움, 촌뜨기의 성공담으로 영화는 재미를 준다. 뉴욕판 동화 같다. 영화는 동화가 결코 성인팬을 끌어 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춤추는 젊은 여성들의 몸을 아크로바트 하듯 기괴한 카메라 시선으로 훑어 내린다.
여성들은 자신의 관능적인 춤을 팔고, 이 대가로 돈을 벌어들이는데 영화 속에서 이런 행위는 세일즈맨이나 마찬가지로 정당하고 멋진 직업으로까지 묘사된다.
그것이 가진 것 없는 이들이 뉴욕에서 성공하는 방법일까. 데이비드 맥넬리의 감독 데뷔작으로 흥행 제조기인 베리 브루크하이머가 제작을 밭았다.
영화에서 바이올렛은 립싱크만 하고 실제 노래는 팝계 신성 리안 라임스가 불렀다.
30일 개봉. 오락성 ★★★ 작품성 ★★☆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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