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까치 때문에 때아닌 고민에 빠져 있다. 까치는 다름아닌 서울시의 상징새(시조·市鳥). 전통적 길조(吉鳥)로 사랑받아온 까치가 전력사고와 농작물 피해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시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와 서울시는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까치가 서울의 시조가 된 것은 1971년. 상서로운 소식을 미리 알려준다는 길조인 데다 견우와 직녀의 사랑을 이어주었다는 아름다운 전설 등에 따라 서울의 상징새로 선정됐다.
그러나 까치는 전신주에 까치집을 쳐 정전을 일으키는 등 도시 전력사고의 주범인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까치로 인한 정전사고는 서울을 비롯, 전국에서 모두 547건에 달했다. 특히 공항 주변에선 항공기의 운항에 지장을 주면서 안전사고를 위협하고 있다.
까치로 인한 농작물 피해도 전국에서 연간 29억4,900만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경기 평택시와 충북 충주시 등 10여개 지자체가 상징새를 까치에서 다른 새로 바꿨다.
그러나 서울시로서는 까치가 아직 많은 시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98년 구로구가 까치 포획을 허가한 적은 있지만 아직 25개 자치구중 10개 자치구가 구조(區鳥)도 까치로 정해놓고 있다.
시 관계자는 “까치에 대한 시민들의 애증이 팽팽하게 갈려 곤혹스럽다”며 “시조를 바꾸는 문제는 서울상징물관리위원회의 자문과 조류학자, 환경운동단체, 시민들의 의견 등을 폭넓게 수렴, 신중하게 판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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