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를 위한 잔치’.27~28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창립 40주년을 맞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리는 OPEC 정상회담은 실질적인 안건에 대해서는 주목할 만한 것이 없다.
1975년 알제리 이후 25년만에 열리는 사상 두번째 정상회담이라는 것과 정상회담을 5년마다 정기적으로 개최하자는 것 정도가 고작이다.
이보다는 산유국간 유대를 강화함으로써 서방에 대한 전의(戰意)를 다지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행사를 주최하는 우고 차베스(46·사진)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생각은 다르다. 7월 30일 재선에 성공한 이후 반미노선을 노골적으로 표출해 온 차베스는 OPEC 내 친(親)서방을 대변해 온 사우디 아라비아에 맞서 반(反)서방의 맹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사우디, 노르웨이에 이은 세계 3위 산유국으로서의 지위와 OPEC의 맏형 노릇을 하고 있는 사우디에 맞설 수 있는 대국(大國)의 이미지를 확실히 하는 자리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OPEC 내에서 ‘반항아’로 낙인찍히며 카르텔을 깨는 데 앞장서 왔던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2월 차베스가 등장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3월 알리 로드리게스 석유장관을 OPEC 의장으로 추대하고, 유가안정을 위한 차베스의 공약이 OPEC의 공식 노선으로 채택되는 등 OPEC에서의 활동반경이 눈에 띄게 넓어졌다.
석유산업 기술개발을 위한 OPEC 대학 설립, 현 11개 회원국을 확대하자는 것 등 정상회담에서의 차베스의 제안도 이와 무관치 않다.
러시아, 노르웨이, 오만, 앙골라 등 비(非) 회원국이면서 주요 산유국들은 이번 회담에 모두 옵저버로 초청됐다.
차베스의 거침없는 행보는 국내 석유산업의 호황에서 얻은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 전체 수출액의 60%를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최근의 유가급등세로 천문학적인 원유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에만 10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서구자본 유치에 대한 그의 부정적 정서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국민의 지지도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탄탄하다.
1991년 걸프전 이후 지난 8월 국가원수로는 이라크를 처음 방문, 세계의 주목을 끌었던 차베스는 서방측으로부터 미국에 대항하는 결집체로 OPEC을 이용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1970년대 제 3세계 외교정책을 대변했던 OPEC이 차베스의 등장으로 어떻게 변화할 지 관심거리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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