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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역사 위에 심권호가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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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역사 위에 심권호가 섰다

입력
2000.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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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거인' 심권호(28.주택은행)가 마침내 해냈다.시원하게 경기를 못하면 집에 전화를 걸어 "심려 끼쳐드려 미안합니다"라고 꼬박꼬박 전화하는 효자 심권호가 약속대로 금메달을 따냈다.

26일 시드니 달링하버 전시홀 레슬링매트에 선 심권호의 마음은 무거웠다. 4일간 금메달 소식이 끊기면서 한국의 메달목표가 차질을 빚고 있는데 금메달기대주로 꼽힌 자신마저 무너질 경우 선수단의 사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예선때 상대머리와 부딪쳐 왼쪽 눈이 멍들고 부은 심권호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 상대 라사로 리바스(쿠바)와 맞섰다. 리바스는 54kg급 세계선수권을 2연패한 강호. 파테르 공격 때 상대를 들어올린뒤 넘기는 기술이 뛰어나 테크니컬 폴승을 밥먹듯 해내는 강자다. 때문에 레슬링협회도 심권호의 승률을 50대50으로 보고 남몰래 가슴을 졸였다.

하지만 "한번도 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악바리 심권호는 경기시작하자 마자 무서운 기세로 상대를 제압했다.

리바스로부터 파테르를 빼앗은 1회전1분35초, 심권호는 아껴놨던 비장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바로 목감아 돌리기. 자신보다 키가 한뼘이나 큰 리바스를 들어올리거나 굴리기가 어렵다고 보고 분석한 끝에 찾아낸 비책이었다.

심권호는 옆굴리기를 시도하다 여의치 않자 자세를 바꾼뒤 순식간에 목감아돌리기로 2점을 얻었다. 상대의 목을 확실히 제압한 심권호는 방아를 돌리듯 추가로 3번 더 목감아돌리기를 시도, 8-0의 확실한 우세를 잡는데 성공했다.

방어적으로 경기를 하던 심권호는 4분3초와 5분31초 연속 패시브를 선언당했다. 하지만 노련한 심권호는 리바스의 손을 막으며 완벽히 방어, 대망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편 3, 4위전에서 북한의 강용균은 안드리프 칼라시니코프를 7-0으로 제압하고 동메달을 따냈다.

/시드니=특별취재반

■심권호 인터뷰

"메달을 딸 줄 몰랐습니다. 라자로가 너무 강했어요. 연습을 많이 한 결과인 것 같습니다."

그레코로만형 54kg급 금메달을 획득, 레슬링계에 전무후무한 2체급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환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나서던 심권호는 "너무 기뻐서 말을 못하겠습니다. 정말 레슬링을 많이 사랑해주세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금메달을 딴 소감은.

"48kg급에 이어 54kg급에서도 드디어 세계정상에 올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전에 어떤 생각을 했나.

"옆에 계신 방대두 감독님이 많이 생각났다. 93년부터 지도해주셨는데 기술과 방어 등 많은 것을 배웠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자인 라자로에 대해 어떤 준비를 했나.

"하태연을 세계선수권 결승서 7-0으로 이기는 등 파테르공격이 강해 파테르 연습을 집중적으로 했다."

-라자로와 싸운 적이 있는데.

"97년 1월 한번 싸워서 이긴 적이 있다. 그러나 아주 오래돼 잘 생각나지않는다."(유영태 코치는 `당시 라자로는 주니어선수였는데 지난해부터 세계최강으로 군림했다`고 설명했다.)

-스파링 파트너로 고생한 하태연에게 할말이 있다면.

"태연아, 한국가서 한잔 하자."

-앞으로 계획은.

"선수생활을 하는데까지 계속 하고 싶다. 지금 당장은 휴가를 얻어 쉬고 싶다. 콘서트도 가고 싶다"

/시드니=특별취재반

■지옥훈련으로 '6㎏ 벽' 넘어

97년 그레코로만형 48kg급에 관한한 세계최강자였던 심권호도 48kg급이 폐지되고 54kg급이 최경량급이 되자 고민에 빠졌다. 과연 6kg의 차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가 때문이었다.

그러나 25세의 나이에 은퇴를 하기에는 너무 젊다고 생각했다. 6kg의 벽을 넘어보자고 결심했다. 하지만 무려 6kg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체급조정이후 첫 해인97년 심권호는 국가대표선발전에서 무명의 서동현에게 패했다. 그만큼 6kg의 '힘의 차이'는 넘기 힘든 벽이었다.

심권호는 체중을 조심스럽게 늘리면서 파워를 길렀고 천부적인 기술과 파워를 섞어 98년에는 하태연(삼성생명)을 물리치며 태극마크를 달고 그해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99년 아시아선수권 등을 잇달아 제패했지만 시련은 남아 있었다. 99년 세계선수권 대표선발전서 하태연에게 패하는 등 3전패, 대표자리를 내주었다. 문제는 파워였다. 아직까지는 6kg의 벽을 넘어설 만큼 파워가 완전히 보충되지 못했던 것이다.

심권호는 체력훈련에 중점을 두었다. 일주일에 두번씩 실시되는 지옥 같은 서키트 트레이닝은 물론 웨이트트레닝, 10km크로스컨트리 등을 악물고 버텨냈다. 결국 하태연의 벽을 넘어섰고 4월 올림픽대표로 뽑혔다.

심권호는 결승서 쿠바의 라자로 리바스를 만날 것을 예상하고 집중 훈련한 파테르 방어훈련도 적중했다. 라자로가 긴 팔을 이용해 드는데 탁월한 기술을 발휘하는 것을 염두에 둔 파테르방어는 몸통을 들면서 꼬고 바닥을 짚은 그립을 계속 바꿔가면서 상대선수의 손을 잡으면서 파테르를 벗어나는 한국형수비자세다. 이번 결승에서도 두번이나 패시브를 선언받았으나 무사히 벗어나며 금메달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동메달을 딴 북한 강영균의 조언도 큰 힘이 됐다. 강영균은 99세계선수권서 라자로와 싸운 경험을 바탕으로 "두손으로 한손잡고 들어오는 것"을 주의하라고 심권호에게 조언했고, 심권호는 우크라이나선수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등 남북화합을 과시했다.

/시드니=올림픽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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