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이상하다. 최근 들어 늑장발표는 예사이고 종종 피감기관의 '대변인'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감사원이 199 회계년도 결산검사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준비실태에 관한 감사결과가 대표적 케이스. 감사내용을 요약하면 상당수의 울드컵 개최도시들이 경기장 건설비를 마련하지 못해 허덕인다는 것.특히 서울시가 허술한 관리로 문화관광부와 국민체육 진흥공단에서 받을 사업비 분담금 중 220억원을 제때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해있고 숙박대책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는 눈이 번쩍 뜨이는 내용들이 담겨있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례적으로 별도의 보도 참고자료를 냈다. "감사원 감사후 서울시 등의 재정문제는 모두 해결됐고 숙박대책 등도 문제없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우러드컵 조직위와 서울시 등에 대해 감사에 착수, 3월말 감사위원회의에 서 감사결과를 확정했다.
무려 5개월여간 월드컵 감사결과를 쉬쉬하다가 뒤늦게 공개한 셈이다. 결국 이같은 늑장발표로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이미 조치가 ㅗ인료된 '김센 감사'가 돼 언론에 한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4월에는 출입기자들이 총선 취재로 정신이 없었고, 5월이후에는 다른 중요한 감사결과들이 쏟아져 공개가 미뤄진 것일 뿐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없다.
한가지만 더 짚자. 서울시에 확인한 결과, 월드컵 감사후에도 서울 월드컵 주경기장 건설공사가 재원 문제가 말끔하게 해결되지 않아 내년부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한다. 감사원은 '감사원'인지 '감싸원'인 지 제 위치를 분명히 찾아야 한다.
이태희 정치부기자 taehee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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