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003년부터 대학입시센터 시험에 한국어를 제2 외국어 과목에 포함시키겠다고 한다. 지난 주 일본 아타미(熱海)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때, 일본정부가 대입센터 시험 과목에 한국어를 채택하기로 한 데 대해 김대중 대통령이 고마움을 표했다. 모리 요시로(森喜郞) 총리는 “한국의 일본문화 개방정책으로 한국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면서 이 방침을 밝혔다. 국민교류 활성화를 위해 가급적 빨리 한국어를 채택하려 한다는 설명이었다.■지난 봄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曾根弘文) 일본 문부상 방한 때 문용린 당시 교육부 장관이 이 문제를 공식 요청했고, 일본측은 검토 의사를 밝혔었다. 그동안 외무성은 적극적 이었던 데 비해 문부성은 실무적인 문제점을 들어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다 한다. 외국어 교육이란 필요에 따른 선택의 문제이지, 상호주의 원칙에 따른 외교적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 채택해 달라고 조를 일도 아니다. 나라의 힘이 커지면 배우지 말라고 해도 배우는 것이 외국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일본이 택할 한국어 교과목의 공식명칭이다. 당연히 ‘한국어’가 되어야 마땅 하지만, 일본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84년 NHK TV가 한국어 강좌를 개설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한글강좌’라는 명칭을 채택한 것이 일본 국내 사정의 복잡성을 대변한다. 전통적인 의식 속에는 한반도를 조선이라 하고싶지만, 남북관계라는 특수성 때문에 ‘조선어’라 하지 못하고, 언어관습에 맞지 않는 ‘한국어’를 택하기도 어려웠던 것이다.
■일본 고교의 한국어 명칭 혼란이 이 사정을 잘 말해 준다. 일본에서 우리말을 제2 외국어로 가르치고 있는 고교는 170여개교로 추산되는데, 교과목 이름은 한글어, 한국어, 조선어, 한국·조선어, 조선·한국어, 코리아어 등 6가지가 쓰인다. 이중 한글어가 42%로 가장 많고, 한국어(25%) 조선어( 20%)가 그 다음, 나머지는 소수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잘 파악해 미리 명칭문제를 확실히 못박아 둘 필요가 있다. 일본이 국교를 맺고 교류하고 있는 나라는 한글도, 조선도 아니다. 한국은 고유명사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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