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칭 ‘미아리 텍사스’윤락가를 관할하는 서울 종암경찰서 간부등 직원 36명이 윤락업주들로부터 매달 수천만원씩, 총 6억~7억원대의 뇌물을 받아온 사실이 경찰 자체 수사에서 최종 확인됐다.경찰은 특히 이번 수사를 계기로 유흥업주와 단속경관과의 뇌물비리 재발을 막기위해 유흥·윤락업소가 집중된 종암서와 청량리·강동·영등포·동부·강남·서초 등 서울 7개 경찰서의 소년계와 방범지도계, 파출소 직원들을 25일자로 전원 물갈이하는 전격 인사를 단행했다.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25일 미아리 윤락가 업주들로부터 매달 수백만원의 뇌물을 받아 부하직원들과 나눠 가진 전 월곡파출소장 이모(55)경위와 전 종암서 방범지도계 박모(42)경사 등 5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또 단속정보를 흘리거나 뒤를 봐주는 대가로 98년 4월부터 매달 200만원씩 모두 14차례에 걸쳐 2,800여만원을 상납받은 전 종암서 소년계장 나모(56)경위 등 2명은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경찰은 이와 함께 달아난 전 종암서 방범지도계장 송모(43)경위 등 12명을 파면조치하고 전국에 지명수배 및 출국금지조치하는 한편, 전 소년계장 정모(46)경위 등 17명은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이 자체 수사를 통해 뇌물비리 경관 수십명을 무더기 적발한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이번 건은 한개 경찰서에 대한 사법처리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경찰에 따르면 구속된 박경사는 지난해 1월부터 미아리 업주 장모(45)씨로부터 단속묵인 대가로 1,900만원, 업주 남모(33)씨로부터 2,000여만원을 받는 등 총 14차례에 걸쳐 3,900여만원을 수뢰한 혐의다.
또 종암서 뿐 아니라 서울경찰청 소년계 이모(42)경장도 단속정보제공 대가로 업주 조모(53)씨로부터 1,500여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다.
경찰 조사결과 종암서 소년계와 방범지도계, 월곡파출소 직원들은 96년부터 장씨와 남씨 등이 업주 10~15명씩을 모아 조직한 3개의 ‘상납계(上納契)’로부터 매달 각 300만~3,600만원씩을 뇌물로 받아왔으며 이들은 상납 업주에게는 단속정보를 흘리거나 불법영업을 묵인해 준 반면 상납하지 않은 업소만 집중단속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업주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매달말 경찰서 주변 음식점과 다방 등에서 각 부서의 경사급 직원에게 뇌물을 전달했으며 계장이나 파출소장에게는 별도로 수백만원씩을 챙겨준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이승재 경무관은 “종암서나 서울경찰청 고위간부의 상납개입 여부는 드러나지 않았다”면서 “다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부 내부불만에도 불구, 비리 관련자는 전원 처벌한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했다”고 밝혔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