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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천년 첫 명인 위는 누구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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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천년 첫 명인 위는 누구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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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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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이냐 방패냐? 현란하고 날렵한 쾌속행마인가, 물샐 틈 없는 철벽수비인가?1990년대 이후 한국 바둑의 양대 산맥을 형성해 온 조훈현, 이창호가 전통과 권위의 명인 타이틀을 놓고 숙명의 '사제 대결'을 펼친다.

새 천년 첫 명인전 주인을 가리는 제31기 SK엔크린배 명인전(한국일보사 주최, SK주식회사 후원) 도전5번기가 27일 제1국을 시작으로 막이 오른다. 두 기사는 5월 비정규 속기대회인 TV바둑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한 차례 맞붙은 적(조훈현 9단 승리)이 있지만 공식 대국은 이번이 처음. 사실상 첫 대면치곤 부담이 너무 큰 싸움이다. 이 명인에겐 '10년 수성'의 성패를 가늠하는 길목으로서, 도전자 조 9단에겐 2년의 절치부심 끝에 나선 리턴매치라는 점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접전이 예상된다.

좀 더 다급한 쪽은 조훈현이다. '환갑'이나 다름없는 50대를 향해 치닫고 있는데 올들어24승18패, 승률 57%대로 벌써부터 기력이 심상치 않다. 일본 후지쓰배를 거머쥐긴 했지만 국내에선 '무관(無冠)의 제왕'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제19기 KBS바둑왕전에선 여류 신예 박지은2단과 '반상의 괴동' 목진석5단에게 잇따라 불계패, 자동적으로 타이틀을 반납했다. 유일한 타이틀인 패왕은 올해부터 연승전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도전기로 챔피언을 가리는 전통적 의미의 타이틀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무관 신세는 참으로 야속하다. '바둑황제'로서 구겨진 자존심도 문제지만, 당장 국제대회 시드 배정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한국기원 소속 기사 전원이 참가하는 국내 예선을 통과해야만 하는 게 괴롭다. 체력 좋고 두뇌회전 빠른 신예들과 매번 대결을 펼쳐야 한다는 것은 생각만해도 악몽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선 '배수의 진'을 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역대 전적에서야 이 명인에게 밀리지만 국내 기사 가운데 이 명인을 상대로 가장 많은 승리(103승)를 얻어낸 사람 또한 조 9단이다. 전력 집중을 할 경우 이창호를 제압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얘기다. 97년 제28기 명인전에서 조 9단은 1, 2국을 연패, '재기불능'의 판정이 내려지려는 순간 오뚝이처럼 일어서더니 질풍 같은 기세로 제3, 4, 5국을 잇달아 승리로 장식하며 타이틀을 탈환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이창호 9단과의 대결에서 초반 2승을 한 뒤 3연패한 적은 무수히 많지만 반대로 먼저 2패를 했다가 3연승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이번 대회 본선리그에서도 그는 '차세대 선두주자' 최명훈 7단과 목진석 5단에게 발목이 잡혀 초반에 도전권에서 탈락하는 듯 했으나 막판 유창혁 9단을 꺾으며 유 9단, 최 7단과 3자동률(5승2패)을 이룬 뒤 재대국 끝에 도전 티켓을 따내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번 명인전을 '마지노선'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한철균 6단은 "조9단이 최근 체력의 저하로 공격의 예봉이 많이 무뎌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하지 않는가. 천재형 기사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자세로 달려든다면 천하의 이창호도 대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돌부처' 이창호 명인이 호락호락 넘어갈 상대가 아님은 분명하다. 올들어 36승7패(승률 83.72%)로 성적도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상의 철녀' 루이나이웨이 (芮乃偉) 9단에게 연초 국수전에 이어 LG정유배에서도 패배, 연속 탈락의 수모를 당하긴 했지만 전반적인 성적관리나 바둑내용 면에서는 한층 성숙해졌다는 평.

제35기 패왕전에선 10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고, 한국 기사들이 초반에 무더기 탈락한 '바둑올림픽' 잉씨배에선 혼자서 결승(상대는 중국 창하오 9단)에 진출하는 등 국내외 무대에서 여전히 부동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이 9단이 올해 루이나 중국 저우허양(周鶴洋) 7단 같은 이에게 연패한 것은 생소한 기풍에 대한 일시적인 '면역'부족이지 결코 근본적 문제는 아니다"며 "특히 단판 승부보다는 번기 승부에 강하고 장기전에 능하기 때문에 명인전에서도 6대 4 정도로 우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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