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을 감시·감독하는 정부의 최고 의결기관이 금융감독위원회이다. 금감위의 수뇌부격인 위원은 9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중 3명이 민간 전문가 자격으로 선임된 임명직 비상임위원이다. 그런데 엊그제 KBS 보도에 따르면 이들 비상임위원 3명이 모두 재벌기업의 사외이사를 겸하고 있다고 한다. 삼성 현대 LG 등 재벌계열사의 사외이사들이다.기업의 사외이사에 교수나 변호사가 참여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상 문제될 것이 없다. 또 사외이사라고 해서 정부기관의 비상근 위원직에서 무작정 배제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법규상으로도 아직까지는 하자가 없다. 그러나 그 정부기관이 금감위처럼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민감한 감독당국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우리는 3인의 민간위원이 금감위 테이블에서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등으로 본분을 망각했으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일반의 정서는 이와 다를 것이다. 재벌로부터 어떤 명목으로든 상당한 보수를 받는 자가 재벌에 칼을 들이대야 하는 감독기관의 최고위직에 앉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모순’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공인(公人)들의 사외이사 활동과 관련해 여러 물의가 빚어지고 있는게 우리 사회의 엄연한 현실이다.
금감위의 생명은 독립성과 공정성에 있다. 그에 대한 신뢰는 국민들의 평가와 지지를 함께 얻을 때 더욱 공고해진다. 설령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사외이사직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지지 않는다고 해도 국민들이 이미 사시(斜視)로 바라보고 있다면 거기서 나오는 정책 또한 설득력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문제의 위원들은 금감위 위원직과 재벌기업의 사외이사 가운데 하나를 택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는 금감위의 공신력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처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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