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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샤워물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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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샤워물의 온도

입력
2000.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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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동강댐 문제가 불거졌을때 소비자운동가들이 언론에 나와 물 소비 행태를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이 물낭비의 실례로 드는 것 중의 하나가 샤워습관이었다. 몸에 비누칠하면서 샤워기를 쓰지 않을대도 계속 물을 틀어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누구나 공감했다. 그러나 무의식화한 사람들의 소비행태는 쉽게 바꿔지지 않았다.물 낭비를 막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샤워기가 자동으로 멈추게 하는 것이다.

# 고유가 시대에 물절약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면 시의적절하지 못한 문제 제기일까. 그러나 물을 아끼는 일은 에너지 절약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동안 물값과 전기값이 저렴했고 그래서인지 펑펑 소비했다.

수돗물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며 물을 데우려면 또 에너지가 들어간다. 물의 낭비가 에너지의 낭비로 이어지고 환경문제의 근원이 되고 있다.

#핀란드 호텔방에서 겪은 일이다. 샤워할때 갑자기 지나치게 뜨거운 물이 나올까 걱정이 되어 살금살금 꼭지를 돌리는데 아무리 돌려도 일정한 온도 이상 물이 뜨겁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샤워기 손잡이에 39도라는 표시가 있었다

샤워물 온도의 한계는 39도였다. 갑자기 뜨거운 물이 나와 몸을 델 걱정이 없고, 또 그 만큼 시간절약에 따른 물절약이 가능토록 돼 있었다.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번득이는 아이디어였다.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3배나 높고 깨끗한 담수가 지천에 널려있는 나라에서 이런 방법으로 물과 에너지를 아끼고 편리함을 누리는 것은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똑똑한 머리가 잘못 사용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부제, 유흥가 네온사인 규제 등 서랍속에 잠자던 대책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서 갑자기 에너지 정책 책임자에게 '샤워물의 적정온도는 얼마일까'라고 묻고 싶어진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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