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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국 금융외교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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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국 금융외교의 현주소

입력
2000.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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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IBRD) 연차총회가 열리는 체코 프라하. 총회는 사흘(26~28일) 뿐이지만 주요국 재무장관 회담, 은행장 회의, 세미나, 리셉션 등 세계 금융계 거물들의 외교는 이미 며칠전부터 막이 올랐다.특히 24일 국제금융연구소(IIF)는 연차총회 기조연설자로 진념(陳稔) 재정경제부 장관을 초청했다. 세계 300여개 유력 은행들이 회원으로 참여한 IIF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최근 한국경제에 불안감을 갖고 있는 해외투자자 및 채권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이날 연설자로는 전철환(全哲煥) 한국은행 총재가 나섰다. 진 장관이 ‘국내경제사정’을 이유로 체코 입국을 26일로 연기했기 때문. 연기통보도 불과 수일전에야 이뤄졌다. 중앙은행 총재 연설이라고 내용이 달라진 것은 없지만, 어쨌든 한국은 국제 금융계 거물들에게 큰 결례를 한 셈이다. 우리나라가 ‘동아시아 금융중심국’을 꿈꾸며, 무척이나 공을 들여온 ‘아세안+한·중·일’ 재무장관 회의(25일)에도 진 장관은 불참하게 됐다.

유가폭등에 주가폭락, 공적자금까지 챙겨야 할 난제들이 워낙 많아 진 장관으로선 일주일씩 자리를 비우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하지만 2, 3일 더 국내에 머무른다고 경제상황이 갑자기 달라질 수 있을까. 오히려 국가적 득실을 따진다면, 연중 최대의 금융외교 현장을 놓치고 해외투자자들에 결례를 범하는 손실이 훨씬 클 것이다.

국제회의때마다 대표가 바뀌는 나라, 툭하면 대외적 약속과 일정을 어기는 나라. 이런 한국에 대해 국제사회는 과연 어떤 인상을 가질까.

경제부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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