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때아닌 ‘감 지키기 작전’이 한창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일대 감나무 450주의 열매가 익어감에 따라 구청과 주민들이 팔을 걷어붙인 것.목동아파트단지와 근린공원에 감나무가 심어진 것은 1987년. 지난해부터 제대로 된 열매가 달리기 시작해 주민들의 기대가 컸으나 붉은 감빛이 미처 돌기도 전에 모두 사라져 버렸다.
구청이 올해 ‘감도둑’을 막기 위해 동원한 방법은 심리요법과 밀착감시. 이미 추석을 전후해 주요 가로변에 ‘양천구민은 감을 사랑해요. 오래도록 보고 싶어요’라고 쓴 플래카드 20여개를 내걸었고 감나무 200주에는 ‘감을 따지 말고 보며 즐겨요’라는 푯말을 붙였다.
일과시간에는 구청 공원녹지과 직원들이 조를 짜 도보, 오토바이, 차량순찰을 하고 나머지 시간대에는 환경미화원과 양천구 해병전우회원들이 감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민·관의 합동작전 덕에 요즘 감나무마다 100여개의 감이 하루가 다르게 붉은 빛이 오르고 있다. 양천구청 공원녹지과 이성주(李聖周·47)녹지계장은 “지난해에는 한 그루당 제대로 익은 감 서너개도 찾기 힘들었다”며 “태풍까지 무사히 넘긴 터라 이제 마지막 결실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김철승(金澈承·52)씨는 “익어가는 감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우스꽝스런 전쟁을 치러야 하는 낮은 시민의식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