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치러진 2001학년도 경희대 수시모집 논술고사에 응시한 수험생 2,600여명은 시험문제지를 받고 한동안 당황했다.문제지에 ‘서론을 작성하기 전, 원고지 5행간에 적절히 태극기를 그려 넣되, 태극의 붉은 색, 파란 색 표시는 글로 써넣을 것’이라는 지시사항이 ‘이행하지 않으면 감점 처리함’이라는 주의와 함께 적혀 있었기 때문.
다음 지시사항은 ‘1부터 10까지의 수를 이진법으로 바꾸고 그것을 본론에 포함할 것’이라는 것이어서 수험생들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이날 논술고사 문제는 이진법이라는 관념을 제시하면서 고대 중국 역경(易經)의 육효(六爻)를 이진법과 관련시켜 논의한 독일의 철학자 라이프니츠(1646~1716)의 사례를 중심으로 이진법과 음양론(陰陽論), 컴퓨터 등의 관계를 논의한 제시문을 읽고 ‘태극기의 의미를 논술하라’는 것이었다.
문제를 출제한 최상진(崔尙鎭) 국문학과 교수는 “국민윤리적 기초지식을 측정하기 위해 태극기를 그리도록 했다”면서 “태극기의 의미를 동양사상, 즉 음양론과 연결시키고 동양사상의 과학성과 논리성에 논점을 맞히면 올바른 답안을 작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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