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결정후 유가전망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22일 마침내 유가의 ‘제1차 방어선’으로 불리는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결정했지만 시장 전망은 구름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걸프전 직전인 1991년 1월 이후 두번째인 이날 비축유 방출규모는 모두 3,000만배럴. 25일부터 하루 100만배럴씩 다음달 말까지 방출을 완료한다는 게 클린턴의 발표 내용이다.
이날 국제유가는 미 행정부의 이같은 적극적 시장 개입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하는 등 표면적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분석가들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했다. 단기적인 고강도 처방이 유가를 일시적으로 끌어내릴 수는 있겠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실질적 증산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상승국면으로의 재전환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이틀 간의 하락세 역시 3,000만배럴이라는 숫자적 의미보다 미 정부의 시장 개입 의지를 확인한 심리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이 보는 부정적 전망의 첫번째 근거는 3,000만배럴이 유가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만큼의 물량이 아니라는 점이다.
뉴욕 상품시장의 원유 선물중개인 톰 벤츠는 “하루 2,000만배럴에 달하는 미 국민의 원유소비량을 볼 때 30일간 3,000만 배럴은 작은 맥주(Small Beer)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유가의 추가 하락은 기껏해야 2달러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비축유 방출로 300만~500만배럴에 달하는 겨울 난방유의 추가 공급을 기대할 수 있다는 빌 리처드슨 에너지부 장관의 발언이 있었으나 OPEC 전체 산유량의 16%를 수입하는 미국 시장규모상 비축유의 추가 방출이 없다면 효과는 단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또다른 요인은 미 정유업계의 원유처리능력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다. 이미 미 정유업계는 기존 재고분까지 포함, 처리능력이 포화상태에 도달해 비축유를 방출한다 해도 그 물량이 제대로 시장에 전달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리처드슨 장관이 이날 “30일 뒤 원유수급상황을 다시 점검해 비축유의 추가방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비축유 방출로 보장받은 30일 간의 ‘유예기간’에 OPEC와의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또 한차례 유가파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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