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인터뷰를 하러 갔다가 '바람'을 맞을 뻔했다. 취재원은 시드니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사격의 강초현 선수 어머니 김양화(41)씨였다. 김씨는 약속시간을 여섯 시간이나 넘겨서야 기자가 기다리던 대전의 집으로 돌아왔다. 굳이 이 일을 밝히는 이유가 있다.기자와 만난 김씨는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언론이 무서워 말도 없이 집을 비웠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표정에는 '스타덤'에 오른 딸의 어머니에게 있을 법한 뿌듯함 같은 것은 없었다. 담담하다 못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김씨는 "사람들이 내 딸을 사랑해주는 것은 너무 고맙지만 가족의 사생활이 모두 공개되는 것이 감당하기 힘들고, 잘못된 보도로 마음의 상처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전 부상 후유증으로 오래 병원 신세를 진 초현이 아버지의 투병 사실이 자꾸 들춰져 정말 괴롭다" 며 "파출부를 해서 초현이에게 총을 사줬다는 오보 때문에 집안 어른들에게 야단을 맞았다"고 전했다. 그래서 약속을 해놓고도 이 인터뷰를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하루종일 속을 끓였다고 했다.
강 선수에게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요소가 많다. 올림픽 첫 메달에다 어려운 성장과정에도 불구, 밝고 예쁜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벌써 팬클럽이 100여개나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김씨는 "초현이에게 광고모델, 장학금 제의가 쏟아진다고 하는데 실제 연락 온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왜 이렇게 복잡한 일이 생기는지 정신이 없다"고 부담스러워 했다.
언론과 주위 사람들이 강 선수와 가족들에게 과연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생겼다. 노향란 ranhr@hk.co.kr 여론독자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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