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일본전에 임하는 시드니올림픽 한국야구대표팀 김응용 감독의 각오는 비장했다. '코끼리'라는 별명에 어울리지 않게 김 감독은 예선 6차전 한-일전에 느긋할 수 없었다. 이미 한국이 예선탈락 위기에 놓인데다 숙명의 라이벌인 일본과의 한판 승부이기 때문.선수시절부터 일본만큼은 이겨야 한다는 선배들의 가르침을 몸으로 배워온 김 감독이기에 '드림팀'에서 '나이트메어(악몽)'팀으로 변한 한국선수들에게도 전날 "다른 팀에는 다 져도 일본에만큼은 져서는 안되다"는 각오를 심어줄 정도로 강한 승부욕을 보였다.
'코끼리'감독의 강한 집념은 선수시절인 1963년부터 시작됐다. 한국은 해방이후 축구만큼은 일본에 뒤지지 않았지만 야구에서는 60년대 초까지 일본의 아성에 굴복해야 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54년 제1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이후 번번이 일본에 우승을 헌납했던 한국이었다.
아시아최강 일본을 침몰시킨 것은 바로 김응용 감독이 국가대표로 활약하던 63년.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제5회 대회에서 김응용 박영길 新용균 등 쟁쟁한 멤버들이 포진한 한국은 대회 5연패를 노리던 일본을 처음 꺾었다.
당시 김 응용감독은 승부에 쐐기를 박는 9회 투런홈런을 터뜨리며 일본타도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김 감독은 이날 일본을 힘겹게 이긴뒤 "선수들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다행히 승리할 수 있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드니=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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