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종교간 대화로 벽허물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종교간 대화로 벽허물자

입력
2000.09.23 00:00
0 0

세계적 석학인 한스 큉(72) 독일 튀빙겐대 교수와 뚜 웨이밍(60)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21~22일 원광대에서 열린 원불교 정산종사 탄생 10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 함께 참석했다.신학자이면서 종교간 대화와 화합을 역설해온 한스 큉 교수, 유학을 긍정적으로 재해석해 '아시아적 가치' 가 새로운 문명적 대안이라고 주창해온 뚜 웨이밍 교수.

이들은 '미래와 종교' 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세계화 시대에서 '종교간 대화' 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평화와 상생이라는 21세기의 보편적 가치를 역설했다.

■ 한스 큉

'교회란 무엇인가' '그리스도교와 세계종교' 등의 명저를 낸 한스 큉 교수는 가톨릭 신학에서 출발했지만 종교일치와 화합으로 학문적 관심을 확장시켰고 세계종교인 평화회의(WCRP) 공동회장을 맡는 등 종교간 연합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로마교황청의 보수적 경향을 비판해 바티칸과는 불편한 관계에 있기도 하다. 1990년 이후에는 지구윤리의 확립을 주창해오고 있다.

▲ 이번 학술대회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_경제 기술 통신 등이 급변하는 지구화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윤리의 지구화' 다.

새로운 세계질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인류가 동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통된 가치, 규범과 기본적 태도가 필요하다. 즉 지구 윤리(Global Ethic)다.

하나의 지구 윤리가 없으면 지구의 생존도 없다.

▲각 지역의 종교나 문화적 윤리가 충돌하지는 않는가? 보편적 지구윤리의 구체화가 가능한가?

_상호 이질적 요소가 있지만 위대한 도덕적ㆍ종교적 전통들의 바탕에는 서로 공통된 것들이 발견된다.

핵심적 원칙은 '모든 인류는 인간답게 대접받아야 한다는 것' 과 '당신이 원치않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도 하지 말라' 는 것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네 가지의 변하지 않는 가치가 발전해왔다. 생명을 존중하는 비폭력의 문화, 관용과 진실성, 연대와 정의로운 경제질서, 성차별을 넘어선 남녀간 동반관계다.

▲보편적 지구윤리의 확립에 있어 종교의 역할은 무엇인가?

_종종 종교가 인간의 증오심과 적대심을 유발시켰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현재 많은 나라는 온갖 종류의 종교적 근본주의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헌팅턴이 지적했듯이 종교간 충돌의 가능성이 도사리는 만큼 종교 간 대화 역시 그만큼 중요해지는 것이다.

이념이 붕괴된 상황에서 종교는 인간의 사고와 신념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더욱 '종교간 대화 없이 종교간 평화 없고, 종교간 평화 없이 문명간 평화가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 뚜 웨이밍

뚜 웨이밍 교수는 유교를 재해석해 '아시아적 가치' 의 주창자들에게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석학이다. 유교가 동아시아 국가들의 자본주의 발달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내년 유엔이 정한 '문명간 대화의 해'를 맞아 조직된 '문명간 대화 위원회' 에 소속돼 21세기 문명간 대화와 화해의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점이 무엇인가

_지구적 공동체의 출현에 직면한 지금 문명간 대화는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문명간 대화의 방향은 어디인가. 지난 30년간 지구공동체의 사상의 주요한 네 가지 흐름은 생태학적 인식, 페미니즘, 아시아적 가치관, 종교간 다원주의였다.

네 가지 사상의 중요성을 밝히고 싶다.

▲'아시아적 가치' 에 대한 주목은 동아시아 지역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빚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IMF 사태 이후는 어떤가? 21세기에도 아시아적 가치는 유효한가?

_정실주의, 지역감정, 남성 우월주의, 권위주의 등 아시아적 가치 내에 부정적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시아적 가치는 자유, 합리, 권리, 개인 등의 가치 못지 않게 정의, 자비심, 책임과 의무, 공동체를 강조한다.

21세에 필요한 보편적 가치가 여기에 담겨 있다. 많은 사람들은 동아시아가 금융위기를 극복하는데 5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지만 1년 내에 회복했다

▲한국에서는 모든 종교가 융성하고 있다. 한국의 종교적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_외래 종교들이 한국에 들어오면 종교 본래의 모습을 거듭나는 것 같다. 기독교는 더욱 기독교화하고, 불교는 더욱 불교화하고, 유교는 더욱 유교화하였다.

하버드 동양학 연구소의 최근 조사에서 가장 유교적인 나라로 한국이 뽑혔고 한국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광적인 복음 전파 모습은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다.

그 만큼 갈등과 마찰의 소지도 많다. 때문에 종교간 대화가 더욱 중요하다.

▲절대성을 추구하는 종교 간 대화가 어떻게 가능하며 미래에서 종교 역할은 무엇인가.

_기독교를 예를 들면, 이제 '교회 밖에서 구원이 없다' 는 식의 신학은 바뀌고 있다. 종교적 대화는 우선 교리에 대한 논의보다 서로간의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종교 지도자는 종단의 이해를 떠나 공적 지식인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생태계, 여성 문제 등 많은 부분에서 인간의 생존 조건을 변혁하는 데 힘을 기울이는 것이 21세기 종교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