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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외로운 외침

입력
2000.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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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부터 미국 정치 중심지 워싱턴에는 일본군 군대위안부 문제가 화제다.한국을 비롯 대만, 필리핀 출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요일인 17일 유대인학살(홀로코스트)박물관에서 일본의 만행을 폭로한 데 이어 18일에는 일본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20일에는 미하원 부속건물인 레이번 빌딩에서 ‘존엄과 명예의 여성을 위한 2000년 인권상’수상식이 열렸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재미동포와 변호사 등 민간인들이 주축이 되어 치루어진 일련의 행사에 대해 한일 양국 정부의 대처는 극히 대조적이었다.

주미 일본대사관은 당초 박물관측에 “연방정부 소속기관에서 정치적으로 불순한 행사가 열려선 안된다”며 다양한 채널로 ‘행사취소’ 압력을 가했다. 주최측은 이에대해 ‘반인륜 범죄재발방지를 위한 교육과 홍보’의 일환이라는 논리로 맞서 겨우 행사승인을 따낼 수 있었다. 일본측은 또 인권상시상식이 의회빌딩에서 열리는 것도 방해했으나 레인 에반스의원(민주)의 도움으로 성사됐다. 이 일을 겪은 변호사들은 앞으로 일본 정부의 대 의회 및 대 언론 로비가 엄청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비해 주미 한국대사관측은 ‘민간주도행사’라는 이유로 일련의 행사에 아무도 참석치 않았다. 박명환(朴明煥) 의원 등 의원외교차 방미중인 4명의 의원들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인권상을 받은 한 할머니의 “우리들은 힘이 없으니 전쟁에 이긴 미국인 여러분이 대신 힘써주기 바란다”는 한맺힌 호소를 들은 우리 정부 관계자는 아무도 없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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