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사람은 왜 죽어? " "아빠, 나는 어디서 태어났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는 누가 낳았어?" 엉뚱하지만 사실 존재론이기까지 한 이런 질문에 끝까지 제대로 답하는 부모가 과연 얼마나 될까.대개 '공부나 해' 라고 윽박지르거나 기껏해야 아이스크림으로 아이의 질문을 눙쳐 버리게 된다.
그러나 '왜'라는 질문이 막힌 아이들은 자라서 무시무시한 일들을 '그냥' 저지른다.
원조교제를 하고, 친구를 왕따시키고,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들에게 '왜'냐고 물으면 그들은 '그냥…예쁜 옷을 사고 싶어서' '그냥…심심해서'라고 대답한다. 어린이에게 철학을 가르치는 것은 칸트니 헤겔이니 하는 계보도나 철학사를 주입시키는 과정이 아니다.
철학이 지속돼 오면서 수천년 동안 이어져 온 질문, '왜'라는 의문을 차근차근 풀어 주는 과정이다.
스위스 교육철학자 에바 졸러(Eva Zoller)가 쓴 '아빠와 함께 떠나는 철학여행'(인북스)은 부모들에게 어린이의 천진한 눈에 비친 일상의 놀라움으로부터 존재론적인 의문을 함께 풀어 갈 것을 제안한다.
돌, 시작, 사람, 죽음, 순환 이렇게 다섯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강가에 놓인 돌멩이에서 철학하기의 방법을 찾아낸다.
특히 저자는 '죽음' 에 대한 어린이의 질문을 피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사람은 대개 죽음을 의식하는 순간 삶에 대한 자세가 달라진다.
따라서 죽음에 관한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면 어떻게 살아야 되는 지를 알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책의 장점은 저자가 결론을 먼저 내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에바 졸러는 철학을 '산파 예술'이라고 정의한 소크라테스처럼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해답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적절한 질문하기' '묻고 대답하기' 등 상세한 매뉴얼을 제공한다.
단 이 풍부한 방법론을 받아들이기 위해 부모들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요건이 있다.
삶의 강에서 헤엄치거나 자맥질만 하는 게 아니라 한 발 물러서 강가의 돌멩이를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이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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