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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경제 방파제를 빨리 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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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경제 방파제를 빨리 쌓자

입력
2000.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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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경제는 미국 포드사의 대우 자동차 인수 포기, 유가 급등, 반도체 가격하락의 삼각파를 맞아 크게 출렁거렸다.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과 금리도 불안 조짐을 보였다.이번 사태는 우리 경제가 아직도 얼마나 불안한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눈으로 보고서도 깨닫지 못한다면 우리 모두가 '무모한 자만'에 빠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불안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거시지표적 성과의 한계를 들 수 있다. 우리는 거시지표적으로는 경제가 튼튼하다고 말하고 있으나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1998년의 마이너스 성장을 감안하면 위기 이후 평균 성장률은 위기 이전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성장률이 낮아지다 보니 물가가 안정되고 경상수지가 흑자를 보이고 있다고 이해하여야 한다. 그러나 경제가 점차 위기 이전의 성장세로 접근하면서 다시 물가와 국제수지 불안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다음으로 구조조정의 미흡함을 들 수 있다. 대규모 부실의 문제는 그 동안 증시 활황에 가리워져 있었을 뿐 외국인 투자애널리스트들이 일찍부터 지적한 문제이었다. 제2 위기론의 원조격인 쌍용증권의 스티브 마빈 이사는 한국 정부가 부실의 규모를 과소 평가하고 처음부터 미온적으로 대처하였기 때문에 제2의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음을 역설하다가 한국을 떠나버렸다.

이렇게 국내 경제여건이 취약하다보면 대외 여건의 변화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난 월요일의 주가 폭락은 모두 대외적 요인에 의한 것이었다. 포드사의 인수 포기는 우리 기업과 금융 부실에 대한 외국 투자가들의 불안감을 자극하였으며, 수출과 수입에서 반도체와 석유가 차지하는 높은 비중 때문에 금번 반도체 가격하락과 유가상승의 직격탄을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향후 대외여건이 더욱 불확실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유가는 이제 배럴 당 30달러 시대에 진입하였다. 그런데 선진국의 유수한 경제전망 기관들은 유가상승을 경계하면서도 유가 상승이 70년대처럼 충격을 줄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동아시아와는 달리 석유가 생산과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년대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그들이 걱정하는 점은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에 따른 달러화의 급락과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다. 현재 달러화는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유로화에 비해 크게 절상되고 있어서 선진국 환율 자체가 불안해지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선진국들이 공동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달러화의 절상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향후 달러화의 급반전에 따른 세계경제 불안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달러화가 절하되면 엔화가 강세를 보이게 되므로 80년대와 같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매우 위험천만하다. 앞으로 달러화 절하는 미국 경제의 경착륙과 함께 진행되면서 일본과 유럽의 경기회복을 방해하고 세계 경제를 위축시키게 될 공산이 크다.

외환위기 이후 해외투자가들의 영향력이 증대되면서 우리 경제가 대외여건의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주가의 일시적 하락이 우리 증시를 반토막 내는 현상을 목도하였으며 이번 주에도 또 한번 유사한 경험을 하였다. 국제통화기금은 향후 동아시아를 비롯한 개도국의 위기가 온다면 그 진원지는 바로 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이제 우리는 대내적으로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 경제불안에 직면해 있다. 외부 충격의 위력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도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을 감안하여 정책운용의 목표를 경상수지 방어에 두고 구조개혁을 통하여 대외신뢰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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