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후기 양식의 채색 풍속벽화가 조선초기 무덤에서 발견됐다.문화재청은 21일 경남 밀양시 청도면 고법리 산 3, 4 소재 고려말 예부시랑(정4품)을 지낸 송은(松隱) 박익(朴翊·1332~98)의 무덤에서 보존상태가 양호한 4면 벽화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석실 내부에 그려진 벽화에는 당시 인물상과 의복 등이 섬세하게 묘사돼 있어 고려말~조선초 복식과 풍속사, 무덤벽화 양식을 규명할 획기적인 자료로 평가된다.
벽화는 화강암 판석을 쌓아올려 만든 직사각형 모양의 석실(길이 2.5㎙, 높이 1.8㎙, 폭 1㎙) 내부 4면에 그려졌다.
벽화는 판석 위에 석회를 바르고 그 위에 검정선으로 벽화내용을 먼저 그린 뒤 석회가 마르기 전 주요 부위를 적색, 남색, 흑색으로 채색하는 '프레스코' 기법을 사용했다.
내용은 인물, 말, 도구 등 생활풍속도가 중심이다.
서쪽면 벽화(왼쪽 사진)에는 고려후기 양식의 저고리와 치마를 입고 행차하는 귀족 여인들이 붉은색, 남색 등으로 채색된 채 발랄하고 생기있는 필치로 묘사돼 있다.
그림이 약간 훼손됐지만 채색이 완벽하게 보존된 동쪽면 벽화(오른쪽 사진)에는 남성 1명과 여성 3명의 인물행렬도가 그려져 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 등 전문가와 함께 정밀조사를 벌인뒤 보존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문화재 지정 등 보존을 위한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박씨 문중은 이번 태풍 사오마이로 인해 봉분이 내려앉아 이를 보수하는 과정에서 벽화를 발견, 부산 동아대박물관 심봉근 교수(문화재위원)에게 신고했다.
무덤은 1987년을 전후해 도굴된 것으로 추정되며 당시 도굴로 인해 두 짧은 벽의 판석이 훼손됐지만 벽화는 거의 완벽하게 보존됐다.
고려말~조선초 무덤 중 벽화가 발견된 곳은 1970년대 발굴된 경남 거창군 거창읍 둔마리 고분과 1991년 발굴된 경기 파주시 파주읍 서곡리 민통선 석실무덤 등이다. 무덤의 주인공인 송은 박익 선생은 고려 공민왕 대에 문과에 급제한 뒤 예부시랑을 지낸 대문장가로 포은 정몽주, 야은 길재, 목은 정몽주 등과 함께 고려말 8은(八隱) 중 한 사람이다.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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