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칠레 군사정권의 쿠데타 음모 및 흑색선전 암살행위등에 개입해왔다는 것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 미국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독재정권 지원설이 역사적 사실이었음이 증명됐다.CIA는 20일 홈페이지에서 기밀해제된 보고서의 형식을 통해 1970년 공산주의자 살바도르 아옌데의 집권을 막기 위해 군부 지도자 레인 슈나이더 장군의 납치 시도를 지원했으며, 군사정권의 비밀경찰 책임자였던 마누엘 콘트레라스 세풀베다(사진) 장군에 1974년부터 비밀정보원 노릇을 시켰다는 내용 등을 공개했다.
그동안 남미독재정권 지원설에 관련된 비밀 문서공개 여부를 놓고 행정부와 갈등을 벌이던 CIA가 보고서를 공개함으로써 피노체트의 각종 인권유린에 대한 재판에 이 문서들이 공식 채택되면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CIA는 1970년 당시 납치 시도됐다가 결국 사망한 슈나이더 장군의 납치단에게 3만 5,000달러의 자금을 지원했다. 슈나이더 장군은 아옌데의 대통령 집권을 막는 음모에 반대한 인물이다. 또 CIA는 3년뒤 아옌데 정권을 전복시키는 쿠데타계획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쿠데타 이듬해인 1974년부터 돈을 받고 CIA의 끄나풀로 활동한 것으로 밝혀진 세풀베다 장군은 1976년 워싱턴 차량폭탄 테러로 칠레의 사회주의 지도자 올란도 레텔리에를 죽일 것을 지시하고 피노체트 정권의 인권탄압을 주도한 인물이지만 CIA와의 접촉은 1977년까지 계속됐다.
또 이 보고서는 CIA가 뉴스매체에 영향을 미쳐 아옌데 정권에 반대하고 반좌익 흑색 선전을 퍼뜨리며 군부 의회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그러나 모든 테러 행위와 쿠데타, 아옌데의 사망 등에 CIA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국가안보문서보관소의 수석 분석관 피터 콘블러는 이 보고서가 민주정부를 전복시키고 권력유지를 위해 수천 명을 살해한 세력과 미국의 관계를 조명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어두운 시대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이윤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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