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를 놓고 말들이 많다. 여러 상황을 따져볼 때 환란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비관적인 분석이 있는가 하면, 97년말 IMF체제 진입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며 오히려 지나친 위기론이 진짜 위기를 자초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 경제상황에 대해 불안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유가 폭등, 금융시장 불안, 물가 비상, 구조조정 지연, 대우차 문제 등 어느 것 하나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해외 금융시장에서 한국 관련 채권과 주식예탁증서 등이 고전하고 있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의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는 점이다. 이들 요인들 중에는 물론,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외생 변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예상되어 왔던 것들도 많아 어느 정도는 대비할 수 있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당정은 19일 열린 긴급 경제관련 회의에서 진지하게 문제를 논의하기 보다는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당장 ‘발등의 불’인 대우차 매각 문제만 해도 그렇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국민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대우차 매각은 시급한 사항이고 시간을 끌 수록 불리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협상의 기본인 자신의 카드를 미리 보여주는 등 허겁지겁하는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또 정부와 채권단은 분할 매각, 현대 단독 응찰 등 핵심 사항에 대해서도 입장이 엇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우차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와 채권단이 코너에 몰렸음에도 이를 극복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보이지 않고 있다. 어려운 협상을 앞두고 관계 기관들 사이에 사전 조율은 커녕 적전분열 양상이다.
뒤늦게 정부는 대우차 매각 작업과 관련, 협상·발표 창구를 산업은행 총재로 단일화하겠다고 했지만, 얼마나 지켜질지 의문이다. 얼마전 경제팀 전면 개각의 이유 가운데 하나가 팀워크 부족이었음에도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대외 신인도 회복, 선진 금융기법 전수 등 불가피성을 내세워 서둘러 팔아 아직까지 헐 값 매각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 제일은행의 전철을 우려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국민들의 경제 불안심리를 없애는 것이 정부와 정치권이 우선 할 일이다. 심리적으로 안정되어야 구조조정도 가능하고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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