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이어 내년부터는 중학교에도 제7차 교육과정이 실시된다고 한다. 7차 교육과정은 사실상 우열반 편성을 제도화하는 것이며, 오히려 학생들의 학습부담이 늘어난다는 일선학교의 우려가 적지 않다. 새 교육과정 도입을 위해서는 좀더 준비가 필요한 것 아닌가.김진하·서울 노원구 상계동
7차 교육과정이란?
1997년 고시된 제7차 교육과정은 올해의 초등학교 1·2학년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중학교, 2002년에는 고등학교, 2004년에는 전면적으로 실시된다. 제7차 교육과정의 특색은 학생들에 대한 과목선택권 부여, 수준별 교육과정의 도입, 교사와 학교에 대한 재량활동시간 부여 등이다. 수준별 교육과정이란 개인능력에 알맞게 학습하도록 하는 방안으로 해당 단계를 학습한 뒤 일정수준에 이르지 못한 학생은 다음 단계로 진급하지 못하고 다시 재이수과정이나 특별보충과정 등을 거쳐야 한다.
가중되는 학습부담
새 교육과정은 6차 교육과정에 비해 과목수를 줄여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고 학생 수준에 맞는 수업으로 사교육비를 줄인다는 취지. 그러나 과목별 수업시간을 줄인 상태로 기존 초·중·고 교과내용을 통합, 교과과정을 재편성하는 바람에 학년별 수준이 높아져 학생들의 부담이 더 가중됐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새 교육과정의 초등학교 산수과목은 3학년과 2학년 과정이 2학년과 1학년과정으로 내려오는 바람에 산수과목에 부담을 느낀 초등학생들이 예·체능학원에서 보습학원으로 옮기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우열반 편성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거부감도 많다. 1998년부터 2년간 시범적으로 새 교육과정을 적용한 부산의 S중학교의 경우 한 과목의 재이수 대상자로 판정될 경우 재이수 과정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학생이 60% 이상이었고, 학부모 70%는 자녀가 재이수 대상자가 되면 차라리 학원수강을 받도록 하겠다고 응답했다.
교사들의 혼선
올초 신학기가 돼서야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개편된 교과서를 지급하는 등 새 제도의 '졸속 시행'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등위원회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새 교육과정에 대해 연수를 받은 초등교사중 62%가 그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새 교육과정의 특징에 대한 총론만 설명했을 뿐 수업방식 등 각론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것이 이들 교사의 공통된 지적이다.
당장 내년 신학기면 새 교육과정이 도입되는 중학교 교사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서울 A중 한문과 장모(30)교사는 "교육청에서 관련 공문이 여러 차례 내려왔지만 실제 교사들은 어떻게 수업을 이끌어가야 할지 감을 못잡고 있는 상태"라며 "학교측도 교사 재량시간 등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아무런 지침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교과통합에 따른 반발도 있다. 별도 과목이었던 중학교의 기술과 가정이 '기술·가정'으로 통합되자 올 여름방학 때 서울과 부산 교육청 등에서 실시하려던 연수가 해당과목 교사들의 거부로 진통을 겪었다. 전공이 전혀 다른 기술과 가정과 교사들이 통합과목을 단기간 연수로 습득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게 교사들의 주장.
때문에 중고등학교 교사들은 학생 선택권을 중시하는 새 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자격있는 교원수급을 위한 실효성있는 대책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무가의 제안
그러나 정부당국의 상황인식은 그리 심각하지 않다. 교사도 함께 참여하는 교육과정 개정위원회엣 제반 문제점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원론만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광주교대 교육학과의 황윤한(黃潤漢)교수는 "7차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수준별 교육은 경쟁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입시 경쟁이 살아있는 풍토에서 현행 제7차 교육과정은 학생들에게 이중고를 주게될 것 "이라고 주장했다.
황교수는 "새 제도는 지금까지와 달리 교사와 학교에 자율성을 주는 제도이므로 교사가 스스로 교육과정을 만들 수 있도록 충분한 연수를 시키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안" 이라고 덧붙였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