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현재 ‘비상상황’에 처해 있으며, 이는 현안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대응와 민생을 외면하는 정치권의 정쟁이 만들어낸 ‘합작품’인 것으로 지적됐다.19일 한국일보가 민간경제전문가 10인으로부터 현 경제상황에 대한 원인과 처방을 긴급 진단한 결과, 경제난국을 고유가 반도체 가격하락 포드의 대우인수포기 등 ‘외부변수에 의한 돌발상황’으로 규정하는 정부 시각과는 달리, 전문가들은 미봉적인 금융·기업구조조정이 낳은 ‘예상된 결과’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민간전문가들은 “충격은 외부에서 비롯됐지만 기업과 금융, 나아가 경제 곳곳에 대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임시 봉합한 나머지 외부쇼크에 경제가 맥없이 흔들리는 상황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위기를 위기라고 인정하지 않은 채 사전준비를 하지 않은 정부당국의 안이한 발상과 민생·구조개혁 법안처리를 외면한 채 대결국면으로만 치닫는 정치권이야말로 현 경제난국의 최대 책임자”라고 비판했다.
세부 현안에서 대우차 처리문제와 관련, 전문가들은 대체로 가격 보다는 조기매각에 우선점을 두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정부가 ‘시한내 매각’자체에 연연한다면 포드의 대우인수포기 처럼 결과적으로 ‘졸속협상’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협상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유가와 관련, 에너지 소비절약을 위해 국제유가 상승분을 국내가격에 그대로 반영한다는 정부 방침과는 달리, 서민생계나 기업활동에 미칠 과도한 충격을 감한해 탄력세율 등을 통해 일정 부분 정부가 흡수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우세를 보였다.
증시대책은 어떤 경우든 정부개입은 배제되어야 하며, 전적으로 시장에 맡겨야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거시정책기조에 대해선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에도 불구, 국내 경제가 침체 국면에 돌입하고 실물경기가 급속히 냉각되는 현 시점에서 긴축전환(금리인상)은 당분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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