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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남한의 선전용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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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남한의 선전용 행사

입력
2000.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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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베이징(北京)에서 만나는 북한인사들의 말이 예사롭지가 않다. 베이징은 북한인사들로부터 북한내부사정을 직접 전해들을 수 있는 중요한 장소인 만큼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진정한 변화 여부는 이 곳에서 감지하기가 어렵지 않다.남측의 경의선 철도 기공식이 있던 18일. 한 북측 인사로부터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그는 남측 행사가 북측사정은 도외시한 일방적 “선전용 행사”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나아가 그는 북한 철도가 전기 공급부족과 낮은 전압으로 자체 수송량도 소화를 못하는 판에 ‘철의 실크로드’는 너무 과장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사업은 애초부터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여러 국가의 자본이 참여하는 장기 국제 프로젝트로 추진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사실 중국은 20여일 전부터 북한으로 들어간 중국 화차의 미회수를 이유로 북한행 화차 운행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특히 중요한 점은 평소 신의주에서 평양 서포역까지 열차가 닿는 데 1주일이 걸린다는 사실이다.

다른 고위인사는 현 단계의 남북관계에 대해 “서로의 필요에 의해 살얼음에 결빙제를 약간 뿌린 상태일 뿐”이라며 “관련자들만 박수를 치는 형국 아니냐”고 혹평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북한 사회는 제도나 의식에서 전혀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인사는 “북한 내 일부 군부나 강성 인사들은 기회가 있으면 남북 현 상황의 발목을 잡고 문제를 일으키려 한다”고 솔직한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이런 얘기들이 얼마나 타당한 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귀담아 소화해야 할 대목들이 없는 지 곰곰히 생각할 필요는 얼마든지 있다. 남북관계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냉철히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송대수 베이징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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