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인구밀도가 이미 과도한데도 무분별한 재건축으로 고층화와 과밀화가 지속되고, 주변지역과 부조화한 건물형태의 난립, 그리고 이질적 토지이용 혼재의 심화 등으로 인해 사회발전과는 반대로 오히려 도시환경의 질이 급속히 저하되는 심각한 상황이다.도시면적 1ha당 거주인구가 런던 44명, 뉴욕 89명, 파리 102명인데 비해 서울은 172인에 달하고 보니, 공원과 녹지가 부족하고 도로 등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할 여지가 별로 없는 실정이다.
^서울의 도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노후한 주거지역을 새롭게 재개발해 가는 과정에서 최소한 그전보다 더 고밀도화하는 것은 방지해야겠지만 현실은 그 정반대다.
가옥주 입장에서 현행 재건축사업은 비교적 손쉽게 집 평수를 늘려 새 집으로 바꾸면서 자기부담은 별로 없는 재산증식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건축은 사업으로 얻는 용적률이 그전보다 훨씬 더 높을수록 사업성이 높아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
그 열기는 건축년한이 20년에 불과하여 앞으로 수십 년을 더 버틸 수 있는 멀쩡한 아파트를 헐어내고 새 건물로 짓는 그야말로 국가자원의 낭비를 자초하는 형국이 된지 이미 오래이다. 그 부작용으로 서울의 주거밀도는 계속 높아지고, 또 단독주택· 저층지역에까지 재건축 공동주택이 나홀로 돌출형 아파트 형태로 파고들어 도시경관과 커뮤니티를 파괴하고 있다.
^이처럼 빗나간 재건축 열기를 바로 잡고 도시관리를 향상하기 위해 정부는 금년에 도시계획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허용용적률을 축소하였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에는 그러한 조치가 시행되기 이전에 허가를 받으려는 재건축 신청이 그야말로 봇물을 이루고 있다.
금년 들어 서울시 전체의 주거용 건축물 허가면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늘고 있고, 서초구의 재건축 신청건수는 지난해에 비해 무려 3배나 높다.
^마구잡이식 재건축사업이 이처럼 촉발된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 이유는 건교부가 법령개정으로 용적률을 낮추면서 그 적용을 3년동안이나 유예시키는 경과조치를 둔 때문이다. 중앙정부의 법령을 따라야 하는 서울시 조례로서는 시행시기를 2003년 6월까지 유예하는 조치를 거부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기존의 방대한 용도지역을 하루아침에 새롭게 재지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그 동안의 잘못을 바로 잡으려는 법령개정이 오히려 무분별한 재건축을 재촉하는 꼴이 되었다.
더군다나 3년이라는 제한된 유예기간 안에 허가를 받아야만 종전의 용적률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재건축사업의 성사를 위해 건설업자와 일부 가옥주가 마구잡이식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거권을 지키려는 이웃주민과의 반목·불신과 택지매입가의 뒷거래 등이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다.
^법령개정당시 이러한 선심성 유예기간허용으로 재건축문제를 걷잡을 수 없이 악화시킬 것은 이미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국가도시정책의 주무부서인 건교부는 일선에서 벌어질 시장현실을 예측하여 제도개선의 취지가 구현될 수 있도록 보다 책임감있는 정책입안에 노력하지 못한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재건축문제와 관련하여 중앙정책능력을 거론하는 마당에 한두가지만 더 지적하자면, 주택건설촉진법에서 재건축 주택조합설립요건을 종전 20세대에서 10세대로 하향시킨 최근의 법개정이나, 건축민원에 대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면 허가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반도시계획적 발상의 개악적 건축법 개정 등이 그것이다.
준농림지 도입에서도 이미 뼈아픈 교훈을 얻은 바 있는 건교부는 국토정책이 단순히 주택건설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살기 좋은 도시환경에 있음을 인식하고 균형된 시각으로 정책능력을 발휘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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